공룡 멸종 지구를 지배하던 공룡들을 순식간에 멸종시킨 원인인지 오랜 논쟁이 지속되던 중 ‘소행성 충돌’이 주된 요인으로 받아들여지는 추세였다.
그러나 미국 다트머스대를 중심으로 한 연구팀이 슈퍼컴퓨터를 이용한 수치계산을 통해 화산 폭발이 멸종 요인으로 유력하다는 정량적 근거를 제시했다.
해당 연구결과는 9월 12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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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뒤바꾼 대멸종의 원인을 찾아서
6,600만 년 전 공룡을 포함해 지구 생물의 대멸종을 부른 결정적인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오르도비스기, 데본기, 페름기, 트라이아스기, 백악기의 막을 닫으며 지구 생물의 역사를 바꿔놓은
대 대멸종의 주된 원인이 무엇이었는지는 아직까지도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기후 및 환경변화와 새로운 생물종의 번성 등 다양한 원인이 제시되는 가운데,
특히 ‘혜성 및 소행성의 충돌’과 ‘화산폭발’ 중 어느 것이 주된 원인인지가 팽팽한 대립을 이루고 있다.
여러 운석 충돌구의 발견으로 인해 학계에서는 점차 소행성 및 혜성의 충돌이 주요 원인이었다는 설을
정론으로 받아들이고 있던 중, 다트머스(Dartmouth) 대를 중심으로 한 연구팀은 화산 활동이 생물 대멸종의 주요 원인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지구에 있었던 생물종의 대변혁과 화산폭발이 명백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정량적인 증거를 제시한다.
공룡 멸종
분출된 용암이 굳어져 계단처럼 생긴 광대한 화성암 지역 또한 증거가 되는데, ‘거대’ 화성암 지대는 최소 10만km³의 마그마가 포함된다.
1980년에 있었던 세인트 헬렌스 화산의 분화가 1 km³미만의 마그마 규모였다는 것을 고려하면
거대 화성암 지대를 만들려면 화산 분출이 얼마나 격렬해야 하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대멸종 시기의 화산은 이보다도 백만 배 이상 많은 용암을 분출한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팀은 지질학적 시간 척도, 고생물학, 거대 화성암 지대에 대한 데이터를 활용하여 대멸종과 거대 화성암 지대 사이의 시간적 연관성을 조사했다.
연구의 1저자이자 프린스턴대의 박사과정 학생인 시오도어 그린은 수행된 연구 결과에 대해
“이 계단 모양의 거대 화성암 지대를 만든 대규모 화산 폭발은 대멸종은 물론 다른 중요한 기후 및 환경 관련 사건들과 같은 때에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시기적 맞물림이 단순한 우연이 아니며 인과관계가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그리고 그 연관성을 정량화하기 위해 슈퍼컴퓨터를 통해 수치계산을 수행했다.
연구팀은 5번의 대멸종을 포괄하되 이에 한정되지 않은 지질학적 시간 척도를 설정하고,
범람 현무암을 만든 화산분출 시기의 최적 추정치를 대멸종 시기와 비교했다.
그리고 이러한 대규모 화산분출과 생물의 대량 멸종이 같은 시기에 일어난 것이 우연이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화산 분출의 양상을 각기 다른 1억 개의 경우로 무작위로 설정하였다.
그 결과, 대규모 화산 분출과 대멸종의 시기가 같은 것이 우연일 가능성보다 인과관계가 존재할 가능성이 훨씬 크다는 것을 발견했다.
또한 연구팀은 분출 자체의 규모를 고려하기보단 용암이 분출되는 속도에 초점을 맞추었는데,
폭발 속도가 가장 빠른 화산 활동이 실제로 더 큰 규모의 파괴와 더 심각한 멸종을 일으켰다는 것을 발견했다.
소행성 vs 화산, 그 종착은?
공룡이 멸종할 무렵 멕시코 유카탄 반도에 운석 충돌로 형성된 칙술루브 충돌구(Chicxulub impactor)는 충돌로 인한 대량멸종설에 결정적인 증거가 되어왔다.
이에 대해 연구의 공동저자인 다트머스 대 브렌힌 켈러 교수는 “화산폭발을 포함해 공룡이 멸종한 원인을
설명하려는 다른 모든 이론은 칙술루브 충돌구가 발견되었을 때 무산되었었다”며 그간 충돌설 외의 다른 가설들이 주목받지 못했던 점을 아쉬워했다.
또한 “칙술루브 충돌구 발견 이후 수십 년간의 탐사 및 연구에도 불구하고, 다른 대멸종과 일치하는 유사한 충돌구 증거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