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과 애플이 포기한 AR글래스 상용화 관건은 시야각
구글과 애플이 포기한 AR글래스 상용화 관건은 시야각
세계 최대 규모의 정보통신(IT) 기업인 애플은 스마트 글라스를 컴퓨터와 스마트폰의 뒤를 이을 차세대 플랫폼으로 꼽는다.
손에 따로 들고다닐 필요가 없고 증강현실(AR) 디스플레이를 통해 실제 세상과 정보도 한 눈에 볼 수 있어 스마트폰을 대체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러나 정작 애플의 스마트 글라스 출시는 늦어지고 있다.
당초 올해 출시할 것이라던 애플의 스마트 글라스는 내년 이후로 연기된 상태다.
상황은 구글도 비슷하다. 구글은 2017년 출시한 구글 글래스 엔터프라이즈의 판매와 사후 관리를 중단했다.
한때 차세대 전자제품으로 주목받던 스마트글라스가 기술적 한계로 상용화가 미뤄지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스마트 글라스에 쓰이는 증강현실(AR) 디스플레이의 시야각이다.
AR를 통해 볼 수 있는 정보는 실제 눈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좁게 표시된다.
디스플레이 기술을 발전시켜 시야각을 늘리려는 시도는 계속되고 있으나 물리적인 한계에 봉착해 있다.
일부에서는 디스플레이 자체 성능뿐 아니라 인간의 인지 능력을 분석해 스마트 글라스의 시야각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정재현 미국 하버드대 의대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지난달 18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스마트
안경의 형태에 따라 AR 디스플레이의 정보가 얼마나 잘 보이는지 실험한 결과를 소개했다.
인간의 시야각은 수평으로는 200도, 수직으로는 120도에 달하지만 최신 AR 디스플레이 장치의 시야각은 30도에 불과하다.
이런 차이는 사용감과 정보의 습득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산업계에서는 얼마나 사용자가 AR 정보를 잘 볼 수 있는지에 따라 스마트 글라스의 상용화 시기가 달려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정 교수는 “좁은 시야각을 가진 장애인을 위한 시야 확장장치를 개발하던 중 환자가 정보를 인지하지 못하는 현상을 확인했다”며
“AR 글래스의 가장자리에 있는 정보가 시야에 보이면서도 사용자가 인지하지 못하는 문제와 관련될 것으로 보고 연구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한쪽 눈에만 AR 디스플레이가 있는 ‘단안’ 방식과 양쪽 눈 모두에 디스플레이가 있는
‘양안’ 방식의 스마트 글라스 중 어떤 방식이 정보를 더 잘 인식할 수 있는지 분석했다.
단안식 스마트 글라스는 구글의 ‘구글 글래스’, 양안식은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가 대표적이다.
그 결과, 단안식 스마트 글라스에서는 ‘양안경합’ 현상으로 정보를 인식할 수 있는 범위가 더 좁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안경합은 양쪽 눈에 다른 정보가 들어올 때 한쪽 눈에서 들어오는 시각 정보가 뇌에서 억제돼 보이지 않는 현상이다.
구글 글래스 방식으로는 사용자가 정보 습득에서 느끼는 어려움이 더 크다는 의미다.
양안경합은 AR 디스플레이의 정보가 시야의 주변부에 비칠 수록 더 크게 나타나기도 했다.
동공을 움직이지 않고 한 곳을 집중적으로 바라볼 때도 이런 현상은 더 많이 일어났다.
연구진은 이같은 현상의 이유로는 동공이 한쪽 방향을 집중해서 바라보면서 신경이 억제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스마트 글라스를 사용할 때 안구 운동을 활성화하는 방식으로 신경 억제를 줄이고 더 넓은 시야각으로 AR 디스플레이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