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과 엔비디아가 바꾼 신약개발 A to Z
구글과 엔비디아가 바꾼 신약개발 A to Z
엔비디아는 인공지능(AI)용 반도체로 쓰이는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기업이다.
엔비디아의 GPU 생산을 맡은 대만의 파운드리 기업 TSMC도 덩달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정도로 이 분야에서는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의 최강자로 자리 잡은 엔비디아인데 최근에는 바이오 업계에서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에이브러햄 스턴 엔비디아 프로덕트매니저는 최근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엔비디아의 바이오네모(BioNeMo)는 신약 개발을 위한 저분자
단백질 설계 생성형 인공지능(AI) 플랫폼”이라며 “10년 이상의 시간, 20억달러(약 2조7500억원)를 투자하고도 성공률이 10%에 미치지 않는 신약 개발의 성공 가능성을 한층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차세대 먹거리로 신약 개발을 위한 AI 모델을 지목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책임자(CEO)는 지난 3월 24일 열린 ‘GTC 2024′ 콘퍼런스에서 의학과 헬스케어 분야의 파트너십 20개를 발표했다.
GE 헬스케어나 존슨앤드존슨 같은 굵직한 기업들이 엔비디아의 파트너로 이름을 올렸다.
ICT 기업으로만 여겨졌던 엔비디아가 바이오 산업의 핵심 파트너로 부상했다는 걸 보여주는 장면이다.
바이오 업계가 엔비디아에 손을 내민 이유는 AI 반도체 기술이 신약 개발에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기 때문이다.
AI 모델을 이용한 신약 개발에 나선 기업은 엔비디아만은 아니다.
이미 알파벳의 AI 자회사 딥마인드는 단백질 구조 예측 모델인 ‘알파폴드’를 선보이며 AI 신약 개발의 포문을 열었다.
알파고의 아버지로 불리는 데미스 허사비스 딥마인드 창업자는 AI 신약 개발 기업 아이소모픽 랩스를 창업해 신약 개발에 나서고 있다.
AI 신약 개발에 바이오 업계가 들썩이는 이유는 그간 엄청난 비용과 시간을 들여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분야가 바로 단백질 신약 개발이기 때문이다.
항체, 저해제 같은 단백질을 이용한 의약품은 그간 치료가 어려웠던 질병의 새로운 돌파구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인포메이션에 따르면 2022년 전 세계 단백질 치료제 시장은 3227억달러(약 444조원)에서 2028년 4870억달러(약 670조원)로 빠른 성장이 예상된다.
AI 신약 개발에 뛰어든 ‘K-스타트업’도 있다. AI를 이용한 단백질 구조 분석에서 한국은 미국이나 중국 같은 선도국에 못지 않은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
박한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선임연구원은 “리딩 그룹의 연구력만 놓고 보면 한국도 미국, 중국의 리딩 그룹에 뒤처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석차옥 서울대 화학과 교수가 창업한 스타트업 갤럭스도 대표적인 기업 중 하나다.
석 교수는 AI 단백질 구조 분석, 설계와 관련해 국내 연구자들의 리더 역할을 하는 연구자다.
이 분야에서 활동하는 국내 연구자 상당수가 석 교수의 제자들이다. 석 교수가 만든 갤럭스는 AI 모델 ‘갤럭스 바이오 디자인(GBD)’을 개발해 자체 신약 개발을 꿈꾸고 있다.
갤럭스의 전략은 세상에 없던 새로운 단백질을 설계하고 이를 의약품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박태용 갤럭스 부사장은 “AI로 단백질 구조를 찾는 데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며 “‘프로틴 엔지니어링’과 ‘드노보 디자인’이라고 부른다”고 설명했다.
프로틴 엔지니어링은 기존에 있던 단백질에서 구조를 바꿔 치료제로서 효능을 높이는 방식이다.
반면 드노보 디자인은 아예 새로운 단백질 구조를 만들어 내는 과정이다.
박 부사장은 “프로틴 엔지니어링은 현재 기술로도 충분히 가능하다”며 “다만 사람 손으로도 할 수 있는 일인 만큼 단순히 시간과 비용을 아끼는 수준의 기술”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