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저귀로 만든 집 나오나, 콘크리트 모래 대신 사용
기저귀로 만든 집 나오나, 콘크리트 모래 대신 사용
일회용 기저귀로 만든 집이 등장했다. 자연에서 완전 분해되기까지 500년 이상 걸리는 일회용 기저귀를 콘크리트에서 모래 대신 사용한 것이다.
가정에서 나오는 식품 쓰레기로 만든 시멘트도 나왔다. 생활 쓰레기가 건축산업과 만나 공통의 환경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길을 찾은 것이다.
일본 기타큐슈시립대 건축학과의 바트 드완커(Bart DEwancker) 교수와 박사과정의 시스완티 주라이다(Siswanti Zuraida) 연구원은 지난 19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단층 주택을 짓는 데 사용되는 콘크리트와 시멘트 반죽의 모래 중 최대 8%를 일회용 기저귀 분쇄물로 대체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기저귀로 콘크리트 모래 대체
일회용 기저귀는 육아 부담을 크게 줄였지만, 환경에는 큰 피해를 주고 있다. 미국에서 매년 350만t이 넘는 일회용 기저귀 폐기물이 매립되고 있다.
일회용 기저귀는 목재 섬유질(펄프)과 면, 흡수성 고분자물질로 만든다. 재활용이 되지 않아 대부분 소각되거나 매립돼 환경에 부담이 되고 있다.
기타큐슈시립대 연구진은 일회용 기저귀 성분이 콘크리트의 기계적 성질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연구진은 일회용 기저귀를 씻고 말린 후 잘게 부숴 시멘트, 모래, 자갈, 물과 섞었다.
콘크리트와 시멘트 반죽의 모래를 최대 40%까지 기저귀 성분으로 대체하고 28일 동안 양생한 후 압축 강도를 비교했다. 연구진은 인도네시아에서 실제 집을 지으면서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 결과 일회용 기저귀 폐기물이 3층 주택의 기둥과 보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모래를 최대 10% 대체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단층 주택이면 기둥과 보의 모래 대체율이 27%까지 증가했다. 기저귀 폐기물이 많을수록 압축 강도는 떨어졌다.
힘을 덜 받는 칸막이벽의 시멘트 반죽은 모래를 40%나 기저귀 폐기물로 대체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힘을 많이 받는 바닥은 모래 중 9%만 기저귀로 대체할 수 있었다.
최종적으로 자동차 2.5대 주차 공간인 36㎡ 면적의 단층 주택을 짓는 데 들어가는 모든 콘크리트와 시멘트 반죽에서 모래 중 최대 8%를
기저귀 폐기물로 대체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이는 일회용 기저귀 폐기물 1.7㎥에 해당하는 양이다.
영국에선 아스팔트 포장에도 활용
이번 논문의 교신저자인 주라이다 연구원은 인도네시아 반둥대에서 강의하던 중 이번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선진국 인구는 정체 상태이지만 인도네시아 같은 중·저소득 국가의 인구는 계속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일회용 기저귀와 주택 수요도 증가했다.
주라이다 연구원은 “인구가 늘면 기저귀 폐기물도 증가한다”며 “이번 연구는 기저귀 재활용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의미 있는 성과이지만 상용화가 쉽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독일 드레스덴 공대의 크리스토프 슈뢰프(Christof Schröfl) 교수는 네이처에 “분해되지 않는 폐기물에서 가치를 창출한 방법”이라면서도
“기저귀 폐기물을 처리 공장이나 건설 현장까지 운반하기까지 경로가 길다”고 지적했다.
저개발국가에 맞는 저비용 주택을 환경 부담이 적게 지으려면 콘크리트 대신 목재 복합재 벽을 쓰는 게 낫다는 것이다.
주라이다 연구원 역시 일회용 기저귀를 재활용하려면 분리수거부터 해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점에서 영국 웨일스의 사례가 모범이 될 수 있다. 웨일스 일부 지역에서는 기저귀 재활용을 위해 분리수거도 하고 있다.
지난해 영국 웨일스에서는 도로포장에 기저귀 폐기물을 활용했다. 기저귀 재활용업체인 내피사이클(NappiCycle)은 기저귀를 씻은 후 잘게 부수고
아스팔트와 섞어 2㎞가 넘는 고속도로에 깔았다.
앞서 여러 나라에서 플라스틱 폐기물을 도로포장에 활용했지만 기저귀 폐기물을 도로에 사용한 것은 웨일스가 처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