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에서 인간 신장 키웠다 장기이식 문제 해결사 될까
돼지에서 인간 신장 키웠다 장기이식 문제 해결사 될까
중국 연구진이 돼지의 몸 속에서 인간의 세포로 구성된 장기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돼지 배아에 인간의 줄기세포를 넣고 어미 돼지에 착상시키는 방식이다.
이렇게 태어난 돼지는 사람과 돼지의 세포를 모두 가진 ‘인간화 신장’을 갖고 있었다.
리앙쉬에 라이 중국과학원(CAS) 광저우 바이오의학보건연구원(GIBH) 책임연구원이 이끄는 연구진은 7일
(현지시각) 국제 학술지 ‘셀 줄기세포’에 “돼지에서 인간화 장기를 만드는 데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고 밝혔다.
라이 연구원은 “신장은 신체 장기 중 가장 빠르게 발달하고 이식 수요도 가장 많다”며
“이 기술을 활용하면 돼지에서 만들어진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에서 장기이식을 기다리다가 숨지는 환자는 매일 6.8명에 달한다.
장기이식이 필요한 환자는 많은데 그만큼 장기의 공급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장기이식이 필요한 국내 환자는 약 4만명, 반면 장기 기증 건수는 매년 400여명에 불과하다.
장기별로 봤을 때는 신장이 가장 부족하다.
신장을 이식받기 위해서는 평균 6년의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전체 장기 중 가장 긴 시간이다.
신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돼지의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이종 장기이식’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다만 면역거부반응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지난 8월 미국 뉴욕대 의대 랭건병원 연구진이 뇌사자에게 돼지 신장을 이식해 32일 생존했다고 밝힌 기록이 역대 가장 긴 생존 시간이다.
중국 연구진은 이런 문제를 ‘인간화 장기’로 해결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인간화 장기는 인간의 세포가 섞여 있어 면역 거부 반응을 최소화할 수 있다.
다만 지금까지 인간화 장기를 돼지에서 만들려는 시도는 모두 실패했다.
사람이 돼지의 장기를 거부하듯 돼지에서도 사람의 세포에 거부반응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인간화 신장을 만들 수 있는 돼지를 만들기 위해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이용했다.
돼지의 신장 발달에 필요한 유전자 2개를 제거해 인간 세포가 자랄 공간을 확보했다.
다음으로는 인간의 줄기세포를 유전자 편집해서 돼지의 몸 속에서도 죽지 않고 자랄 수 있게 했다.
이후 인간 줄기세포를 돼지 배아에 넣어 인간 세포와 돼지 세포가 모두 잘 성장할 수 있도록 필요한 영양분을 주며 배양했다.
분석 결과 돼지에서 자란 인간화 신장은 발달 단계에 맞춰 정상적인 구조를 만든 것으로 나타났다.
신장을 이루는 세포의 50~60%는 인간 세포였고 신장과 방광을 연결하는 요관이 될 세뇨관의 초기 구조도 발견됐다.
반면 신장 이외의 기관에서는 사람 세포가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
만약 사람의 세포가 생식세포에서 발견되면 윤리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다이전 CAS 연구원은 “돼지 배아에서 틈을 만들어 인간 세포가 자연스럽게 들어갈 수 있었다”며
“뇌와 척수에서는 인간 세포가 거의 발견되지 않았고 생식 기관에서는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돼지를 이용해 인간화 신장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최초의 연구 결과이지만
실제 인간에 이식할 수 있는 장기를 만들려면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신장은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는 만큼 온전한 기능을 하려면 다양한 세포와 융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에 만들어진 신장의 혈관은 돼지 세포로 만들어져 사람에게 이식하면 면역 거부 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
연구진은 장기이식이 가능한 수준의 인간화 신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앞으로 수년 동안의 연구가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미구엘 에스테반 CAS 연구원은 “장기는 단 하나의 세포만으로 구성되지 않는 만큼 모든 구조가 인간 세포로
만들어지려면 더 복잡한 방식으로 돼지를 조작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극복해야 할 기술적인 과제들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수준의 기술만으로도 장기의 발달과 질환 연구에 활용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기대도 내비쳤다.
에스테반 연구원은 “인간의 장기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연구할 수 있는 창구로 인간화 장기를 활용할 수 있다”며
“장기의 발달 과정에서 일어나는 세포의 변화와 질병으로 변하는 세포의 성질을 풀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