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 멸종 막을 유전자품종 호주서 세계 최초 허가
바나나 멸종 막을 유전자품종 호주서 세계 최초 허가
좋은 차(茶)는 뿌리부터 다르다 질소 흡수 미생물이 풍미 좌우
호주 정부가 세계 최초로 유전자 변형(GM) 바나나를 식용으로 허가했다.
바나나를 위협하는 전염병에 대항하는 조치이다.
최근 아시아에서 처음 발생한 곰팡이병이 남미, 호주까지 퍼지면서 식탁에서 바나나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전 세계에 유통되는 바나나는 유전자가 모두 같아 전염병에 취약했다.
과연 과학이 바나나를 멸종의 위기에서 구할 수 있을까.
곰팡이 저항 유전자 가진 바나나 허가
호주·뉴질랜드 식품기준청(FSANZ)은 지난 16일(현지 시각) 유전자 변형 캐번디시 바나나 품종인 QCAV-4가 기존 바나나와 같은 영양 성분을 가졌고 식용으로 안전하다고 승인했다.
호주와 뉴질랜드 식품부 장관이 60일 내 이 결정에 대해 재고를 요청하지 않으면 최종 승인된다.
앞서 호주 보건부는 지난 12일 호주 퀸즐랜드공대에 QCAV-4의 상업적 재배에 대한 허가권을 발급했다.
QCAV-4 바나나는 세계 최초로 상업적 생산이 승인된 유전자 변형 바나나이자, 호주에서 재배가 승인된 최초의 호주산 유전자 변형 과일이다.
퀸즐랜드 공대는 QCAV-4가 전 세계 200억 달러 규모의 바나나 산업을 위협하는 ‘파나마병 열대 품종4(TR4)’에 대한 안전망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TR4는 학명(學名)이 ‘푸사리움 옥시스포룸(Fusarium oxysporum)’인 곰팡이의 일종이다.
바나나에 치명적인 파나나병을 일으킨다.
1950년대 다른 계통인 TR1 푸사리움 곰팡이가 파나마에서 처음 창궐해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
당시 파나마병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던 바나나인 그로 미셸 품종이 사실상 퇴출당했다.
TR4 곰팡이는 그로 미셸의 후계자인 캐번디시 품종 바나나를 공격한다.
퀸즐랜드 공대 생물환경과학부의 제임스 데일 (James Dale) 석좌교수는 25년 연구 끝에 QCAV-4를 개발했다.
그는 지난 2017년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야생 바나나에서 찾은 유전자를 캐번디시 바나나에 주입해 3년 동안 TR4 곰팡이를 이겨냈다고 발표했다.
마거릿 세일(Margaret Sheil) 퀸즐랜드 공대 부총장은 이날 “우리 연구진이 TR4 저항성 유전자를 찾기 위해 호주연구위원회로부터 연구비를 받은 지 20년이 지났다”며
“이번 승인은 기초 연구가 상업화 과정을 거쳐 가시적인 성과로 발전하는 멋진 사례”라고 말했다.
QCAV-4 바나나는 호주 북부에서 7년 이상 야외 재배 실험을 거쳐 파나마병 TR4에 대한 저항성이 높은 것으로 입증됐다.
데일 교수는 “이번 결정은 세계 여러 지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TR4로부터 캐번디시 바나나의 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한 매우 중요한 단계”라고 말했다.
두 번째 닥친 바나나 멸종 위기
바나나는 1950년대에 이어 최근 다시 멸종 위기로 내몰렸다.
그로 미셸을 계승한 캐번디시 품종 역시 1989년 대만에 창궐한 파나마병이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바나나가 말라 죽는 사례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1980년대 대만에서 재배하는 바나나의 70%가 TR4 곰팡이에 감염돼 말라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