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이 노인의 치매 위험 40% 줄인다
반려견이 노인의 치매 위험 40% 줄인다
반려견이 노인의 치매를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나이 들어 개를 키우면 산책을 시키면서 자연스럽게 운동을 하고 다른 사람과 사회적 관계도 늘어나 뇌 기능 저하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개는 이미 뛰어난 후각으로 다양한 질병을 진단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반려견이 인간의 충실한 동반자일 뿐 아니라 주치의 역할도 하는 셈이다.
개 산책시키며 운동, 사회적 고립도 방지
세계보건기구(WHO)는 2050년까지 치매 환자가 지금보다 2배 늘어나 1억 2500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한다.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가 그중 3분의 2를 차지한다. 최근 뇌에 쌓인 변이 단백질을
제거해 알츠하이머 치매를 치료하는 약물들이 개발됐지만, 가격도 비싸고 사용 조건도 까다롭다.
일본 도쿄도 건강장수의료센터의 후지와라 요시노리(Fujiwara Yoshinori) 소장 연구진은 국제 학술지
‘예방 의학 리포트’에 “일본 노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개를 키우면 치매 위험이 40% 감소한다”고 밝혔다.
약이 아니어도 일상 속에서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는 말이다.
연구진은 개를 키우는 것과 치매 발병 사이의 명확한 연관성을 밝혀낸 것은 이번 연구가 처음이라고 밝혔다.
건강장수의료센터는 4년 동안 65세 이상 도쿄 거주자 1만1194명을 추적 관찰했다.
노인들의 평균 나이는 74.2세였으며, 여성이 51.5%를 차지했다. 연구진은 처음에 반려동물을 키우는지,
운동을 일주일에 한 번 이상 하는지 조사했다. 그리고 4년 후 치매 발병 여부를 포함한 건강 상태를 평가했다.
연구진은 치매 발병 위험을 나타내는 ‘승산비(odds ratio)’를 조사했다.
개나 고양이를 키우지 않는 사람이 치매에 걸리는 승산비를 1로 볼 때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은 0.6으로 나왔다.
반려견을 키우면 치매 위험이 40% 감소한다는 말이다.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은 승산비가 0.98이어서 치매 위험을 줄이는 효과가 없었다.
논문 제1 저자인 다니구치 유(Taniguchi Yu) 박사는 “노인이 개를 산책시키면서 몸을 움직이고 다른 사람들과 사회적 관계도 맺는다”며
“운동을 하고 사회적 고립을 피하는 것은 치매 발병 위험이 훨씬 낮은 사람들의 두 가지 핵심 요인”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개를 키워도 산책을 시키지 않고 고립되면 치매에 걸릴 위험이 컸다고 밝혔다.
고양이가 치매 예방도 도움이 안 되는 것은 개와 다른 행동 때문이다.
다니구치 박사는 “고양이를 키워도 산책을 시키지 못해 다른 사람들과 만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일본보다 반려견을 더 많이 키우는 서구인에서도 같은 효과가 나타나는지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반려동물이 노인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다른 연구에서도 확인됐다.
다니구치 박사 연구진은 지난해 ‘플로스 원’에 반려견이 노인의 노쇠와 인지 기능 저하, 장애 발병을 늦추며 사망률도 감소시킨다고 밝혔다.
당시 3년 반 동안 추적 관찰한 결과 조사 집단의 17.1%가 장애를 겪었고 5.2%가 사망했다.
연구진은 개를 기른 적이 없는 사람의 발병 확률을 1로 볼 때 개를 기르는 노인의 발병 확률은 0.54였다고 밝혔다.
반려견 덕분에 발병 위험이 절반 정도 줄어드는 것이다.
미국 앨라배마대와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의 심리학자들은 지난해 ‘노화와 신경과학의 프론티어’에 20~74세 95명을
대상으로 반려동물 사육과 치매의 연관 관계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대상 중 56명은 반려동물을 키웠다.
분석 결과, 반려동물을 키우면 인지 능력과 뇌 건강 상태가 더 좋았다.
연구진은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스트레스가 줄고 사회적 활동이 늘어난 덕분”이라며 “반려동물로 뇌 나이를 최대 15년까지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캐나다 퀘벡대 연구진은 지난해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대유행기에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의 행복지수가 다른 사람보다 높았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 1220명과 그렇지
않은 사람 1204명을 비교했다. 반려동물 중에는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의 행복지수가 가장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