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현장에 남은 지문 손가락 달라도 누군지 AI는 안다
범죄현장에 남은 지문 손가락 달라도 누군지 AI는 안다
술 센 한국인은 가방끈 짧더라 치매와 공부 유전자 관계 없어
수사관들이 범죄 현장 두 곳에서 연쇄 살인범으로 의심되는 사람이 남긴 지문(指紋)을 찾았다.
그런데 지문이 찍힌 손가락이 달라 같은 사람인지 알 수 없다.
이제 인공지능(AI) 수사관이 나설 차례다.
미국 과학자들이 다른 손가락에서 나온 지문이 같은 사람인지 정확하게 식별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개발했다.
미국 컬럼비아대 기계공학과의 호드 립슨(Hod Lipson) 교수 연구진은 12일(현지 시각)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지문 5만여개를 기계학습한 인공지능이 서로 다른 손가락에서 나온 지문이 같은 사람인지 구별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미제(未濟) 사건의 지문들을 다시 조사해 다른 손가락이라도 같은 용의자가 남긴 것인지 확인할 길이 열린 것이다.
지문은 땀샘이 융기되어 일정한 흐름을 형성한 것으로, 그 모양이 사람마다 다를 뿐 아니라 출생 당시 모습 그대로 유지된다.
개인 식별이 가능한 정보여서 신분증은 물론 스마트폰 잠금장치를 열 때도 이용된다.
수사관들도 19세기 후반 이래 늘 범죄 현장에서 범인이 남긴 지문을 찾는다.
하지만 범인이 서로 다른 두 범죄 현장에 서로 다른 손가락의 지문을 남기면 같은 범인이라고 연결하기 어려웠다.
손가락마다 지문이 고유하므로 같은 사람이라도 일치하지 않는다.
립슨 교수 연구진은 인공지능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먼저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와 버팔로대에 있는 공공 데이터베이스에서 927명의 지문 5만3315개를 가져와 인공지능에 학습시켰다.
지문은 살아 있는 사람이나 죽은 사람이 모두 포함됐고, 누군지 알 수 없도록 처리된 상태였다. 지문 합성 이미지 50만개도 인공지능 학습에 사용했다.
인공지능은 스스로 같은 사람의 손가락 지문이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터득했다.
연구진은 인공지능의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 150여명의 지문 7000여개를 제시했다.
판정 정확도는 0점에서 1점 사이로 매겼다. 인공지능은 0.75점 이상을 기록했다.
같은 사람의 지문을 77% 식별할 수 있었으며, 이는 무작위 확률로 예상되는 50%보다 매우 높은 수치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다른 손가락에서 나온 지문이 같은 사람 것인지 안정적으로 식별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이다.
이번 논문의 제1 저자는 학부생인 게이브 구오(Gabe Guo) 연구원이다.
그는 2021년 컬럼비아대 공대 1학년 때부터 연구에 참여했다.
구오 연구원은 “기존의 지문 비교는 융기의 분기점과 끝점 같은 특징점(minutiae)을 사용한다”며 “인공지능을
이런 특징점 대신 지문 중앙에 있는 소용돌이와 고리의 각도, 곡률과 관련된 정보를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구오 연구원은 “같은 사람은 손가락 중앙에 있는 융기 방향이 손가락마다 비슷해 보인다”며 “지문 중앙의 융기 방향이 손가락에 따라 비슷하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은 우리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립슨 교수는 “인공지능이 단순히 정보를 되풀이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과학적 사실을 밝혀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미국 미시간 주립대의 컴퓨터 과학자인 아닐 자인(Anil Jain) 교수는 이날 사이언스지에 “같은 사람의 다른 손가락에서 나온 지문이
매우 유사하다는 사실은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며 “지문은 부분적으로 DNA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같은 사람의 손가락들 지문이 다른 사람의 지문보다 서로 비슷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하지만 학계는 처음에는 이번 결과에 대해 반신반의했다. 연구진이 처음 학술지에 논문을 제출했을 때 한
편집자가 “모든 손가락의 지문이 고유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며, 따라서 같은 사람의 지문이라 하더라도
유사성을 감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게재를 거절했다. 연구진은 인공지능의 지문 학습량을 더 늘려 다시 논문을 제출해 사이언스 어드밴스로부터 게재 승인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