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쩍 마른 부경동물원 사자, 7년 만에 케이지 벗어나 흙 밟는다
비쩍 마른 부경동물원 사자, 7년 만에 케이지 벗어나 흙 밟는다
경남 김해 부경동물원에 있는 사자의 모습은 그야말로 처참했다.
낡고 열악한 동물원에서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해 비쩍 마른 채 앙상한 뼈만 남은 숫 사자의 영상을 본 시민들은 ‘동물학대’라며,
동물원 폐쇄를 주문했다. 이 사자는 사람이 구경하도록 설치된 투명창을 제외한 3면과 천장이 막히고 바닥이 딱딱한 시멘트가
있는 좁은 케이지에 갇혀 7여년을 살았다. 이 숫 사자는 2004년생이다. 사자 나이로 20살이지만, 인간 나이로 보면 100살에 가깝다고 한다.
부경동물원 운영자는 “2013년 동물원을 개원했고, 2016년 무렵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 사자를 넘겨받았다”고 말했다.
이 사자는 최근 충북 청주시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게 됐다. 청주동물원 측은 “부경동물원 운영자가 사자 이관을 허용하면 곧
수의사가 현지를 방문해 사자 건강검진을 하고 구체적인 이송 방법과 행정절차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동물들이 비좁은 케이지에 갇혀 정신 이상증세인 ‘주코시스(zoochosis)’를 겪고 있다. 주코시스는
동물원(zoo)과 정신질환(psychosis)의 합성어다. 비단 이 이름도 없는 사자 뿐 아니라 많은 동물들이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정신, 신체적 고통을 겪고 죽어가고 있다.
무리 생활, 활동 반경 넓은 사자가 좁은 우리에
부경동물원의 비쩍 마른 사자의 안타까운 사연은 이달 김해시청 홈페이지 ‘김해시장에 바란다’에 사자를 구해달라는 요청,
동물원을 폐쇄해달라는 연달아 올라와 주목받았다. 이 동물원은 ‘TV속 동물들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경남 최고의 동물원’이라고 자진 홍보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청주동물원이 사자를 넘겨받아 돌보겠다고 나섰고, 부경동물원 운영자도 동의했다. 사자는 지금보다는 나은 환경에서
여생을 보낼 수 있게 됐다. 청주동물원 사자 사육장은 부경동물원 좁은 케이지와 달라, 400~500평 되는 공간에서
흙 땅을 밟으며 비교적 자유롭게 지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사자는 2016년 무렵까지 서울 어린이대공원에서 있을 당시까지는 흙을 밟았다.
하지만 부경동물원으로 이관된 이후에는 줄곧 시멘트 바닥에서만 살았다.
사자는 10~20마리가 무리지어 사는 동물인데, 마침 청주동물원에 12살과 20살 짜리 사자가 살고있어 부경동물원
사자가 새 환경에 적응을 한다면 사회적 무리를 이루는 것도 기대해볼 수 있다.
북동부 콩고, 서아프리카 세네갈, 인도 등 초원을 누비는 사자는 단거리를 시속 60km로 달리며 빠를 때는 80km까지
달릴 수 있는 포유류다. 하지만 동물원에서는 인간의 구경거리가 된 사자가 한편에 마련된 칸막이에 갇혀 자유를 억압받는다.
인간과 동물이 공존하고, 동물원이 존재해야 한다면 환경 개선을 위한 적극적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동물원 시설의 열악한 동물복지와 부적절한 사육 방식으로 인한 스트레스 유발은 낯선 이야기는 아니다.
과학자들은 동물의 제한된 움직임, 인간과의 접촉, 기타 여러 요인의 결과로 발생할 수 있는 만성 스트레스를 측정했다.
터프스대 생물학 교수 마이클 로메로 연구팀이 2019년 ‘보존생리학회지(Consevation physiology)’에 실은
야생동물의 감금에 따른 스트레스를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동물의 제한적 움직임·고립은 만성적인 스트레스와
이로 인한 스테로이드 호르몬의 일종인 글루코코르티코이드(glucocorticoid) 수치 증가, 근긴장, 부신 수질에서 나오는
에피네프린(아드레날린)과 노르에피네프린 증가, 면역 저하, 체중 변화, 호르몬 이상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