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D 토마토 만들고도 규제 때문에 먹지는 못하는 한국
비타민D 토마토 만들고도 규제 때문에 먹지는 못하는 한국
“입장 전에 외투를 벗고 실험복으로 갈아 입어야 합니다.
외부에서 들어 온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의해 내부가 오염될 수 있기 때문이죠.
이 안에는 특별한 토마토가 자라고 있어 작은 오염원이라도 조심해야 합니다.”
찬 바람이 불던 지난 8일, 충북 오송생명과학단지에 있는 지플러스생명과학 온실에 들어서자 더운 공기와 함께 진한 풀 냄새가 풍겼다.
온실 바깥과 달리 봄이 찾아온 듯한 날씨였다.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인 최성화 지플러스생명과학 대표의 안내에 따라 옷을 갈아 입고 온실로 들어서자 줄지어 자라고 있는 토마토가 한눈에 들어왔다.
무릎 정도 높이로 자란 토마토에는 발갛게 열매가 익어가고 있었다.
토마토가 자란 줄 맨 앞에는 이름표도 붙어 있었다.
‘프로비타민 D3′라는 단어와 함께 숫자 3개가 연달아 적혀 있었다.
최 대표는 “여기서 자라는 토마토는 조금은 특별하다”며 “유전자 편집으로 일반적인 토마토에는
없는 비타민D를 함유해 하나만 먹더라도 하루 필요량을 섭취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일반적인 토마토에서 만들어지는 비타민D의 재료인 프로비타민D는 콜레스테롤로 바뀐다.
지플러스생명과학은 이 경로를 막아 비타민D 형태로 축적되도록 새 품종을 만든 것이다.
칼슘 대사를 조절하는 비타민D는 뼈의 건강과 면역력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영양소다.
영양제로 먹는 비타민D는 주로 양털에서 추출해 만들어진 동물성이라 사람이 먹더라도 흡수율이 낮다.
반면 식물에서 만들어진 식물성 비타민D는 빠르게 흡수돼 영양 효율이 높다.
‘비타민D 토마토’가 시장에 출시되면 상품으로서의 가치가 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 세계 토마토 시장은 가공품을 포함해 200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재배도 쉽고 다양한 가공품의 재료로 토마토가 사용되기 때문이다.
종자 산업은 전체 토마토 시장의 1%를 차지해 2조원 규모에 달한다.
고부가가치를 가진 종자가 나오면 그만큼 시장 파급력도 크다는 이야기다.
최 대표는 “이미 일본에서 가바(GABA) 함량이 높은 토마토가 출시돼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며
“이 토마토를 개발한 사나텍시드에 따르면 소비자들도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유전자가위 기술이 발달하면서 새로운 특성을 가진 종자의 개발이 농업 시장의 판도를 바꿀 소용돌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세균이 바이러스의 DNA를 잘라 스스로를 보호하는 ‘크리스퍼’ 시스템을 이용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이 나오면서 그 속도는 점차 빨라지고 있다.
프로비타민D를 콜레스테롤로 바꾸는 유전자를 잘라 새로운 특성을 갖게 하는 방식이다.
한지학 툴젠 종자사업본부장은 “새로운 종자를 만드는 육종이 체계적으로 이뤄진 시기는 약 100년 정도로 이 기간 여러 기술이
결합되면서 고부가가치를 가진 품종이 나오기 시작했다”며 “유전자가위 기술을 활용해 원하는
유전자를 정확하고 안전하게 편집할 수 있게 되면서 새로운 종자가 앞으로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