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회절 난제 극복한 광 디스크 나왔다
빛 회절 난제 극복한 광 디스크 나왔다
인공지능(AI) 발전으로 AI의 일상화가 이뤄지면서 대용량 데이터 저장 기술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과학자들은 반도체를 활용하는 저장장치 ‘램’이나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 등에 비해 생산 단가가
저렴하면서도 수명이 길어 차세대 저장장치로 여겨지는 ‘광 디스크 메모리’를 적극 활용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문제는 광 디스크 메모리의 저장 용량이 아직 부족하다는 점이다. 대용량 데이터를 학습하거나 분석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AI 기술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 페타바이트(1024테라바이트) 규모의 데이터가 운용돼야 하는 상황에서 광 디스크 메모리의 활용도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민 구 중국 상하이과학기술대(USST) 교수 연구팀은 광 디스크 메모리의 평면 구조를 3차원(3D)으로
구성해 저장 용량을 페타바이트 수준으로 끌어올린 연구 결과를 21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기존 저장장치 단점 뛰어넘는 ‘광 디스크 메모리’
광 디스크 메모리는 원판형의 기억매체에 레이저 빔과 같은 광학적 수단을 이용해서 정보를 입력, 출력하는 메모리다.
입력된 정보는 레이저 빛을 이용해 비접촉으로 읽어낸다. 전기용량이나 전기저항 등을 변화시켜 정보를 저장하고 읽는
저장 장치와 달리 광 디스크 메모리는 빛의 투과율, 반사율, 위상, 편광 등을 변화시키는 방식이다.
전기보다 반응 속도가 빠른 빛을 사용하기 때문에 정보를 처리하는 속도도 빠르다.
대용량 정보를 처리하는 데 광 디스크 메모리가 적합하게 여겨지는 이유다.
광 디스크 메모리는 기존 정보 저장 장치보다 에너지 소비량은 낮으면서도 수명은 50~100년에 이른다.
기존 반도체 기반 저장 장치의 경우 온도와 습도, 먼지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으며 데이터를 저장하는 데도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실제로 2022년 기준 중국 전역에서 반도체 기반 저장장치를 사용하는 데이터센터가 소비한 전력은 2700억킬로와트시(Kwh)에 이른다.
3~10년마다 정기적으로 데이터를 다른 저장 장치로 옮겨 담아야 하는 탓에 이들 장치의 대안이 될 수 있는 차세대 저장 장치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빛의 회절’ 난제 극복…저장 용량 대폭 증가
차세대 저장 장치로 꼽히는 광 디스크 메모리는 저장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이 비교적 적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돼 왔다.
데이터 저장 용량 개선은 지난 2021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가 발표한 125개의 과학 난제에 포함될 만큼 학계의 중요한 화두였다.
광 디스크 메모리 용량의 한계는 ‘빛의 회절 한계’ 때문이다.
빛은 고밀도로 모을수록 더 큰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러나 한 점으로 집속되는 과정에서 빛의 파장보다 작은 규모의 회절 현상이 발생한다.
회절 현상은 휘어지거나 퍼지는 현상으로 빛을 고밀도로 모으기 어려운 원인으로 작용한다.
민 구 교수 연구팀은 빛의 회절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반도체 공정에 쓰이는 미세 가공 기술 ‘리소그래피’를
광 디스크 메모리에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고 9나노미터(nm‧1nm는 10억 분의 1m) 규모로 미세하게 가공할 수 있는 리소그래피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리소그래피는 저장장치 표면에 만들고자 하는 패턴을 빛으로 촬영한 수지를 칩 표면에 고정한 후 화학 처리나 확산 처리하는 기술이다.
연구팀은 개발한 미세 가공 기술을 토대로 광 디스크 메모리의 구조 자체를 바꾸는 데 성공했다.
기존 단일한 평면으로 이뤄졌던 구조에서 수백 개의 층을 가진 구조로 확장한 것이다.
2차원적으로 존재했던 기록판을 여러 개의 판이 겹쳐 존재하는 입체 형태로 바꾼 셈이다.
연구팀은 이렇게 만들어진 수백 개의 층에 펨토초 레이저 빔을 사용해 빛을 응집할 수 있도록 염료도 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