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장기 임신 중 맞춤 치료 길 열려
세계 최초 장기 임신 중 맞춤 치료 길 열려
태아의 선천적 기형을 출산 전에 조기 진단하고 맞춤 치료까지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영국 과학자들이 임신 중에 채취한 양수로 태아의 미니 장기(臟器)를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
이전처럼 태아 세포를 직접 채취하지 않아 윤리 문제 없이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마티아 겔리(Mattia Gerli) 교수와 UCL 그레이트 오먼드 병원의 파올로 드 코비(Paolo De Coppi)
박사 연구진은 지난 4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메디슨’에 “임신 말기인 34주에 산모에서 채취한 양수로 여러 장기의 특성을 알 수 있는 오가노이드(organoid)를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오가노이드는 줄기세포를 장기와 유사한 입체 구조로 배양한 것으로, 미니 장기라고 불린다.
이를테면 폐 오가노이드는 줄기세포로 미니 폐를 만든 것과 같다.
이전에는 인체 세포를 평면 배양접시에서 키워 인체 내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양수는 태아를 싸고 있는 액체이다. 태아를 보호하고 모체와 태아 사이의 신진대사도 돕는다.
임신 중반 이후에는 주로 태아의 소변과 폐에서 분비된 체액으로 이뤄진다. 병원에서는 태아 상태를 알아보기 위해 양수를 채취하거나 과도한 양수를 배출하는 시술을 한다.
연구진은 임신 16~34주 사이에 채취한 양수 12건을 확보했다.
양수에 들어있는 세포는 대부분 죽은 상태였지만, 극히 일부는 아직 살아있는 줄기세포였다.
연구진은 단일 세포의 유전자를 해독해 폐와 신장, 소장의 특성을 가진 줄기세포를 각각 따로 분리했다.
이를 젤 배양액에 넣어 입체로 배양했다. 4주가 지나자 쌀알만 한 1㎜ 크기의 오가노이드로 자랐다. 연구진은 오가노이드가 폐와 신장, 소장의 특성을 보였다고 밝혔다.
과학자들은 다 자란 세포를 줄기세포 상태로 되돌리는 유도만능줄기세포(iPS 세포)로 오가노이드를 배양했다.
지금까지 뇌와 폐, 소장, 신장 등 다양한 장기의 특성을 가진 오가노이드가 나왔다.
줄기세포를 이용하면 오가노이드로 배양하기까지 5~9개월이 걸린다. 이번 연구진은 이 시간을 4~6주로 단축했다.
겔리 교수는 “iPS 세포와 달리 양수에 있는 줄기세포는 이미 특정 장기의 특성을 가져 성체 세포의 발생 과정을 거꾸로 돌리는
역분화나 장기로 자라도록 하는 별도 조작이 필요 없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태아에서 채취한 줄기세포로 오가노이드를 배양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임신 중절된 태아 조직으로 만들어 윤리적 문제가 있었다.
양수 줄기세포는 이런 문제에서 자유롭다.
과학자들은 오가노이드로 개발 중인 약물의 효과를 시험하고 있다.
환자 맞춤형 치료 효과도 같은 방식으로 알 수 있었다.
이번 연구진은 양수 오가노이드로 임신 중에 태아의 선천적 기형을 진단하고 맞춤형 치료까지 가능함을 입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