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림역 깜짝 등장한 황조롱이 불청객 비둘기 문제
신도림역 깜짝 등장한 황조롱이 불청객 비둘기 문제
서울에서도 이용객이 많기로 소문 난 지하철 신도림역의 한 출입구에 황조롱이가 나타났다. 황조롱이는 유라시아 대륙에 서식하는 소형 맹금류다.
주로 도시나 산지에서 살고 있다. 한국에서는 하늘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이기도 하다.
뜬금없이 지하철 역사에 황조롱이가 나타난 이유는 뭘까.
신도림역 관계자는 15일 “지하철 역사 내부에 비둘기가 자주 들어 온다는 민원이 많다”며 “비둘기의 출입을 막기 위해 모형 황조롱이를 설치해 시범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신도림역에 배치된 황조롱이는 종이로 만든 모형이다. 황조롱이 아래에는 커다란 스피커를 통해 울음소리가 흘러나온다.
서울교통공사는 역 내부에 들어와 시민에게 불편함을 안기는 비둘기를 퇴치하기 위해 이같은 황조롱이 모형을 설치했다.
신도림역 출입구와 내부 1호선 승강장은 외부에 개방돼 있어 평소에도 비둘기의 출입이 잦다.
비둘기 관련 민원이 쏟아지면서 직원들은 자발적으로 아이디어를 모았다.
그 중 하나가 비둘기의 천적인 황조롱이를 이용하자는 것이다. 단돈 4000~5000원으로도 살 수 있는 황조롱이 모형으로 시민들의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을까 하는 기대다.
신도림역 관계자는 “보통 3~4마리의 비둘기가 출입구를 통해 자주 들락거렸는데
황조롱이 모형과 스피커를 설치한 후 찾아보기 힘든 수준이 됐다”며 “다만 직원들 차원에서 시도하는 방법인 만큼 과학적 효과에 대해서는 답변이 어렵다”고 말했다.
신도림역의 황조롱이 모형이 비둘기를 퇴치하는 데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모형을 이용한 유해조수 퇴치의 과학적인 근거는 많지 않다. 다만 실제 살아 있는 맹금류를 이용해 비둘기를 퇴치한 사례는 있다.
아랍에미레이트(UAE)의 비둘기 방재 업체 로얄 샤힌의 리차드 엘리스는 “아랍에미레이트에서 비둘기는 ‘날아다니는 쥐’라고 불린다”며
“맹금류를 이용하면 비둘기를 생태 친화적인 방법으로 통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사육한 맹금류를 이용해 비둘기의 생명을 빼앗지 않고도 건물에 접근을 막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영국 국회의사당, 유럽프리미어리그(EPL) 경기가 열리는 카디프경기장 같은 주요 건물들도 맹금류를 사용하고 있다.
천적 관계의 동물을 이용해 유해조수를 퇴치하거나 건물에 충돌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은 과학적인 효과가 일부 입증되기도 했다.
철새의 이동 경로에 있는 인공 구조물에 맹금류 그림을 그려 넣어 접근을 막는 방식이다.
정부도 지난해 6월 ‘야생동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면서 조류 충돌을 예방하기 위해 의무적으로 투명창이나 방음벽에 점 또는 선형 무늬를 넣게 했다.
다만 이런 방식은 효과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비둘기가 처음에는 맹금류 모형이나 울음소리에 반응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금방 익숙해져 퇴치 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임시 방편보다는 도심의 비둘기 개체 수를 줄일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유정칠 경희대 명예교수는 “둥지를 막거나 먹이를 주지 않으면 개체 수를 줄일 수 있다”며 “자연스럽게 번식이 줄면서 개체 수가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