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해탐사

심해탐사 전문가가 말하는 바닷 속 4000m

심해탐사 전문가가 말하는 바닷 속 4000m

심해탐사 전문가가 말하는 바닷 속 4000m

1667년 6월 15일, 인간에게 첫 수혈 성공

대서양에 수장된 타이태닉호를 관광하기 위해 해저 4000m까지 들어갔다가 심해의 극한 환경을 버티지 못하고 내파된 타이탄 사건의 충격이 주말을 지나서도 이어지고 있다.

타이탄에 탑승한 5명의 모험가는 타이탄이 내파되는 순간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도 깨닫지 못할 정도로 찰나의 순간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도대체 해저 4000m 심해는 어떤 곳이길래 이런 끔찍한 사건이 일어나는 걸까.

국내에도 심해에 직접 들어간 과학자가 있다.

김동성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은 국내 최초로 유인잠수정을 타고 심해까지 내려가 심해생물을 연구한 과학자다.

조선비즈는 26일 김 책임연구원을 만나 심해의 극한 환경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심해는 생물학적으로는 빛이 도달하지 않는 해저 200m 밑의 바다를 의미한다.

지구의 70%를 차지하는 해양의 약 93%에 해당하는 바다가 모두 심해다.

하지만 과학계가 밝혀낸 심해는 그 중 5~6%에 불과하다. 심해 탐사에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고,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극한 환경으로 베일에 싸인 탓에 심해는 지구 속 우주, 이른바 ‘이너 스페이스(Inner Space)’로 불리기도 한다.

엄청난 압력과 칠흑 같은 어둠… 타이탄 집어삼킨 극한 환경

타이태닉호를 보기 위해 타이탄은 심해의 엄청난 압력을 버티지 못하고 내부 균열로 잠수정이 붕괴하는 내파(Implosion) 현상으로 파괴된 것으로 추정된다.

물은 공기보다 밀도가 높기 때문에 해저 100m당 압력이 10기압씩 올라간다. 타이탄이 타이태닉호가 가라앉아 있는 해저 4000m까지 갔다면 400기압이 가해지는 셈이다.

이는 4t 무게의 코끼리 10마리가 머리를 짓누르는 것과 같다.

심해는 빛이 도달하지 않기 때문에 칠흑 같은 어둠이 깔린 공간이다. 잠수정에 장착된 조명으로 해저를 관측해도 시야가 10~15m 정도만 확보돼 심해 해류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섭씨 1~3도의 차가운 수온과 바닷물의 염분 영향으로 잠수정에 이상이 발생할 수 있어 고장도 잦은 편이다.

탄소섬유와 티타늄으로 만들어진 타이탄의 이번 항해가 14번째임을 고려하면, 계속되는 심해의 극한 환경을 버티지 못하고 선체나 부품이 고장났을 가능성이 크다.

심해공학의 집합체 유인잠수정… 韓은 아직 확보 못 해

유인 심해탐사를 직접 경험한 과학자는 국내에 다섯 명에 불과하다.

한 번이 아닌 여러 차례에 걸쳐 심해 탐사를 한 과학자는 김 부장이 유일하다.

심해의 환경을 이겨낼 정도의 기술을 가진 국가가 제한적이고, 탐사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현재 해저 6000m 아래 유인 탐사가 가능한 잠수정은 미국의 ‘앨빈’과 러시아의 ‘미르’, 프랑스의 ‘노틸’, 일본의 ‘신카이’, 중국의 ‘차오룽’ 뿐이다. 한국은 아직 유인잠수정을 보유하지 않고 있다.

잠수정은 감압 체임버를 이용하고, 티타늄 합금과 고분자 수지로 만드는 등 엄청난 압력을 견딜 수 있도록 만들어진다.

또 압력을 분산하기 위해 사람이 탑승하는 부분을 구(球) 형태로 제작하기도 한다. 압력을 버티는 요소 중 하나만 잘못돼도 잠수정이 파괴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김 책임연구원도 잠수정 타이탄이 공학적으로 설계가 잘못돼 내파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점쳤다.

심해탐사가 위험하고 값비싸지만, 주요 선진국들은 해양생태계와 심해저 자원을 연구하기 위해 관련 기술을 앞다퉈 개발하고 있다.

해저에는 망간과 코발트, 니켈과 같은 희귀 금속과 석유,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다.

밝혀지지 않은 해양 생물들을 파악해 육상과 해양의 연결고리가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알아내는 것도 주요 연구 목적 중 하나다.

김 책임연구원은 “심해탐사는 잠수정과 모선, 인건비 등을 합쳐 하루에 1억원이 들어갈 정도로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는 연구”라며

“그럼에도 심해에 어떤 생물이 있는지, 어떤 자원이 얼마나 묻혀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과학적인 탐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도 아직은 공감대가 부족하지만, 심해탐사 관련 기술을 보유해야 할 때가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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