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해 곰팡이에서 제2의 페니실린 찾는다
심해 곰팡이에서 제2의 페니실린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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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8년 영국의 세균학자인 플레밍은 푸른곰팡이에서 최초의 항생제인 페니실린을 발견해 수많은 인명을 구했다.
이제 바다에서 차세대 페니실린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과학자들이 바닷속에서 신약의 원천이 될 유전자를 무더기로 찾아냈다.
사우디아라비아 킹 압둘라 과학기술대(KAUST)의 카를로스 두아르테(Carlos Duarte) 교수 연구진은 17일 국제 학술지 ‘프런티어 인 사이언스’에
“전 세계 바다에 사는 미생물로부터 약 3억 1500만 개의 유전자 목록을 작성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북극과 남극에서부터 인도양, 대서양, 태평양, 지중해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바다에서 해양 시료 2100여개를 채집해 박테리아와 바이러스, 균류의 유전자를 분석했다.
균류는 곰팡이와 버섯, 효모가 포함된 분류군이다.
연구진은 개별 미생물의 유전자를 따로 해독하는 대신, 해양 시료에 섞여있는 미생물 유전자를 한 번에 해독했다.
해양 미생물은 처음 발견되는 종류가 많아 배양이 어렵다.
이처럼 배양이 어려운 미생물의 정체를 밝히는 방법을 ‘메타지노믹스(metagenomics)’라고 한다.
배양이 되든 안 되든 미생물 군집 전체의 DNA를 한꺼번에 해독하는 것이다.
이후 연구진은 비슷한 유전자끼리 그룹으로 묶어 분류했다.
앞서 2021년 과학자들은 네이처지에 육지와 바다에 서식하는 미생물로부터 유전자 그룹 약 3억개의 목록을 발표했다.
당시 논문 제1 저자였던 호주 퀸즐랜드 공대의 루이스 페드로 코엘류(Luis Pedro Coelho) 교수는 이날 네이처에
“이번에 유전자 수가 많이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지리 분포와 깊이 범위가 더 넓어졌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번에 수심 200~1000m에 사는 미생물의 유전자를 찾았다. 두아르테 교수는 “이번 목록에는 심해와 해저에 사는
미생물의 정보가 들어있다”며 “이전 목록은 대부분 수심 200m 상층부에 사는 미생물에 집중됐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2009년부터 탐사를 진행했다.
논문 제1 저자인 엘리사 라이올로(Elisa Laiolo) 박사과정 연구원은 “바다의 약광층(弱光層, twilight zone)에 수많은 균류가 살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밝혔다.
약광층은 빛이 도달하는 가장 깊은 곳으로, 빛이 아예 들지 않는 심해의 경계층이다.
두아르테 교수는 바이러스가 유전자 다양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이 또 다른 중요한 발견이라고 말했다.
그는 “바이러스는 자신의 유전자를 다른 미생물의 유전자에 끼워 넣는 방식으로 한 생물체에서 다른 생물체로 유전자를 이동시킨다”며
“바이러스는 이렇게 유전적 생물 다양성을 만들고 진화를 가속한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해양 미생물의 진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유전자도 진화했다고 밝혔다.
두아르테 교수는 “이 유전자는 탄화수소에서 추출한 합성 고분자를 분해할 수 있는데,
이는 최근 해양 플라스틱 오염이 발생한 수십 년 만에 진화가 일어났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바다 미생물이 신약의 보물창고
이번 연구 결과는 해양 생물 연구뿐 아니라 신약개발과 식량생산, 해양 오염 방지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스크립스 해양학 연구소의 파비오 파보레토(Fabio Favoretto) 박사는 이날 영국 가이디언지에 “페니실린이 원래
푸른곰팡이에서 유래한 항생제이기 때문에 해양 곰팡이에서도 비슷한 것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