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과 불안 치료 두꺼비 독으로?
우울증과 불안 치료 두꺼비 독으로?
독(毒)도 잘 쓰면 약(藥)이 된다. 미국 뉴욕 마운트 시나이 병원 연구진은 8일(현지 시각)
콜로라도강 두꺼비 독에 든 환각 성분이 우울증과 불안을 치료하는 데 도움 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멕시코 북부와 미국 남서부에 서식하는 콜로라도강 두꺼비(학명 Incilius alvarius)는 눈과 등의 분비샘에서 디메틸트립타민(DMT)계 화합물을 분비한다.
DMT는 환각버섯의 주요 성분인 ‘실로시빈’과 마약인 리세르그산 디에틸아미드(LSD)와 구조와 기능이 비슷하다.
연구진은 LSD나 실로시빈이 환각을 유발하는 동시에 불안과 우울증 증상을 완화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LSD, 실로시빈은 ‘행복 호르몬’이라 불리는 세로토닌의 수용체와 상호 작용한다.
연구진은 유사한 구조를 가진 DMT 역시 우울, 불안 치료제로 활용할 수 있다고 봤다.
연구진은 먼저 두꺼비가 분비한 DMT 화합물을 변형해 환각 효과를 차단했다.
이후 스트레스와 우울증 징후가 있는 쥐에게 변형한 화합물을 투여하자 식욕이 증가하고 친구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불안과 우울증이 감소한 것이다. 연구진은 두꺼비 독 성분이 세로토닌 수용체에 작용해 뇌의 신경 회로를 재설정했다고 해석했다.
오드리 워런 마운트 시나이 병원 연구원은 “쥐와 인간은 뇌 수용체가 비슷한 만큼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인간을 위한 새로운 항우울제를 설계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약제를 개발하기 전에는 두꺼비를 핥거나 독을 사용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꺼비 독의 DMT가 환각과 함께 구토, 발작을 유발해 심하면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 마약단속국(DEA)은 DMT를 중독성이 가장 강한 1급 마약으로 분류하고 있다.
미국 국립공원관리청(NPS)은 콜로라도강 두꺼비가 분비하는 독의 환각 성분을 노리는 사람들이 나오자 2022년 소셜미디어에 “두꺼비 핥지 마세요”라는 이색 경고문까지 올렸다.
대전에서 한 50대 남성이 두꺼비를 황소개구리인 줄 알고 먹었다가 사망하면서 두꺼비 독에 대한 네티즌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두꺼비의 독은 피부 표피샘의 하얀 분비물을 말한다.
부포테닌이라고 불리는 이 독 성분은 피부에 닿기만 해도 알레르기와 안구충혈 등의 강한 독작용을 일으킨다.
일반인에게는 위험한 두꺼비독이지만 한의학에서는 이 독을 항암치료에 쓰기도 한다.
두꺼비독을 치료에 이용한 기록은 중국 남북조 시대로 거슬러 올라갈 만큼 그 역사가 길다.
한의학에서는 두꺼비를 말리거나 분비샘에서 독을 채취해 해독법제를 거쳐 약으로 쓴다.
두꺼비독에 함유된 염기성 아미노산과 아드레날린 등의 성분은 대뇌피질과 호흡중추를 흥분시켜 이뇨와 진통, 소염 등의 효능이 있다.
또한 암세포 증식을 억제하고 암세포를 죽게 하며, 백혈구 감소를 억제하는 등의 역할도 한다.
다만 두꺼비독의 이같은 치료 효과는 전문적인 법제를 거친 성분에서만 유효하므로 일반인이 직접 두꺼비를 섭취하는 것은 절대 삼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