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 미생물로 자폐증 조기 진단한다
장내 미생물로 자폐증 조기 진단한다
진단에만 3~4년이 걸리는 자폐증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을 중국 연구진이 찾았다.
대변 속에 남아 있는 장내 미생물을 분석하는 것만으로 환자를 식별할 수 있어 진단 비용과 시간을 모두 줄일 수 있다.
중국 홍콩중문대 연구진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 환자의 장에서만 나타나는 미생물의 특징을 확인해 진단법을 개발했다고 9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이날 국제 학술지 ‘네이처 미생물학(Nature Microbiology)’에 실렸다.
자폐증은 발달 장애의 일종으로 공감 능력의 결여나 의사소통의 어려움, 반복 행동과 같은 증상을 보인다.
현재 전 세계 인구의 1~3%가 자폐증 또는 유사한 증후군을 겪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자폐증은 부모나 전문가의 관찰에 의존해 진단하다 보니 확진까지 3~4년이 걸린다.
때에 따라 증상을 과소평가해 진단이 더 늦어지기도 한다.
객관적인 진단법이 필요한 이유다.
연구진은 소화기관에 사는 수조 개의 장내 미생물에 주목했다.
이전 연구에서 자폐증 환자의 장내 세균류가 다른 사람보다 적다는 점이 알려졌지만, 소규모 연구에 그쳤다.
이번 연구에서는 1~13세 사이 어린이 1627명의 대변 시료에서 DNA를 추출해 장내 미생물의 종류와 양을 분석했다.
이번 논문에 따르면 자폐증 유무에 따라 장내 미생물 중 박테리아 51종, 바이러스 18종, 고세균 14종, 균류(菌類) 7종의 개체 수가 크게 변했다.
미생물 유전자 27개와 대사과정 12개도 변형됐다
자폐증 환자에게만 뚜렷하게 나타나는 바이오 마커(생체 지표)를 발견한 것이다.
연구진은 이 중 진단에 사용할 수 있는 31가지 기준을 선별해 인공지능(AI)에 기계학습시켰다.
나중에 AI는 최대 82%의 정확도로 자폐증 아동을 식별하는 데 성공했다.
박테리아나 고세균만을 감지하는 기존 자폐증 진단법보다 정확도가 더 높았다.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진단법으로 4세 미만 어린이의 자폐증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현재 자폐증을 가진 아동 환자들은 대부분 6세에 진단을 받는다.
진단 시기를 앞당기면 더 어린 나이에 효과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연구진은 진단 시기를 더 낮출 계획이다. 현재 장내 미생물로 1세 유아에서 자폐증 환자를 찾는 임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장내 세균이 자폐증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은 이전부터 알려졌다.
앞서 글로리아 최(한국명 최보윤) 미 MIT 교수는 2017년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에서 장내 세균이 자폐아 출산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는 장내 세균이 유발한 면역단백질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생쥐가 자폐 증상이 있는 새끼를 낳도록 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논문 제1 저자인 수취 홍콩중문대 교수는 “유전적 요인으로 나타난 자폐증이 60~90%에 달하지만 장내 미생물에서 나오는 물질이
면역 반응이나 신경 전달물질 대사를 조절해 자폐증 증상을 일으킬 수도 있다”며
“장내 미생물이 자폐증에 영향을 준다면, 식단이나 미생물 이식으로 일부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