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적인 비흡연 폐암 치료할 표적 항암제 찾았다
치명적인 비흡연 폐암 치료할 표적 항암제 찾았다
폐암의 가장 주요한 원인은 흡연이다. 그러나 비흡연자의 폐암 발병률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여성의 발생률이 높다.
비흡연 폐암 환자의 약 80%는 특정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는 항암제가 처방되고 있지만
나머지 환자는 부작용이 많고 효능이 상대적으로 낮은 세포독성 항암제를 사용하고 있어 표적 치료제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철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화학생명융합연구센터 책임연구원 연구진은 “한국인 비흡연 폐암 환자 세포의 특성을 밝히고
항암제 사라카티닙(saracatinib)을 표적 치료 물질로 제시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김선영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유전체맞춤의료전문연구단 책임연구원, 한지연 국립암센터 혈액종양내과 교수 연구진도 참여했다.
연구진은 지난 10여 년간 국립암센터를 찾은 비흡연 폐암 환자 1597명의 생체검사 시료를 확보해 유전자를 분석했다.
이를 통해 기존 치료제가 듣지 않는 비흡연 폐암 환자 101명의 폐암 조직을 확보했다.
연구진은 폐암 조직의 유전물질인 디옥시리보핵산(DNA)과 그중 단백질을 합성하는 부분을 복사한 리보핵산(RNA)을 모두 해독했다.
DNA가 인체라는 건물을 만드는 종합 설계도라면, RNA는 건물 중 특정 부분을 만드는 세부 설계도와 같다.
인체는 필요할 때마다 DNA 정보 일부를 RNA로 복사해 모든 생명 현상에 관여하는 단백질을 만든다.
연구진은 RNA 정보로 최종 합성한 단백질들과 나중에 기능에 변화가 생긴 인산화 단백질들도 분석했다.
특히 단백체(단백질 전체) 분석은 기존 분석에 필요한 양의 10%인 100㎍(마이크로그램, 1㎍은 100만분의 1g)으로도
시료 당 평균 9000여 종의 단백질과 5000여 종의 인산화 단백질을 측정할 수 있었다.
연구진은 치료제가 듣지 않는 비흡연 폐암 환자의 조직에서 ‘STK11′와 ‘ERBB2′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찾았다.
이 돌연변이들은 암의 발생과 진행을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시에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젠 신호전달 경로도 과도하게 발현됐으나, 호르몬 수용체 자체는 큰 변화가 없었다.
그렇다면 이번에 찾은 두 가지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긴 비흡연 폐암 환자라면 호르몬 치료제 대신 신호전달 단백질 저해제인 사라카티닙이 표적 치료제가 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연구진은 사라카티닙을 STK11과 ERBB2에 변이가 있는 세포에 투여해 눈에 띄는 암세포 사멸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철주 책임연구원은 “DNA부터 단백질까지 다양한 정보를 총체적으로 분석해 난치 암의 새로운 치료 표적을 발굴한 사례”라며
“순수 국내 연구를 기반으로 병원과 연구기관이 공동 연구를 통해 이룬 성과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비흡연 폐암 환자 중 에스트로젠 신호전달 경로가 다른 사람과 다르게 작동하는 환자를 진단하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또 국립암센터와 협력해 비흡연 폐암을 유발한 실험동물에 사라키티닙을 시험해 볼 계획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 2일 국제 학술지 ‘암 연구(Cancer Research)’ 인터넷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