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바오 짝짓기 성공 장내 미생물에 달렸다
푸바오 짝짓기 성공 장내 미생물에 달렸다
전 국민의 사랑을 받은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가 지난 3일 짝을 찾아 한국을 떠나 중국으로 갔다.
푸바오는 임시 보금자리인 쓰촨성 워룽의 선수핑(神樹坪) 기지에 도착해 현지 생활에 적응하고 있다.
한 달간 격리 생활이 끝난 후 다른 판다 기지로 옮길 수도 있고, 당분간 선수핑 기지에 머물 수도 있다.
푸바오가 한국을 떠난 건 멸종위기종인 자이언트 판다의 보존을 위해서다.
중국은 해외에 보냈던 판다가 만 4세가 되기 전에 중국으로 돌아와 짝을 찾게 하고 있다.
푸바오의 가장 유력한 신랑감은 작년 7월 프랑스에서 중국으로 돌아온 수컷 판다인 위안멍이다. 장난기가 많고 털 색깔이 군데군데 어두워서 ‘거지왕자’라는 별명이 붙었다.
푸바오가 격리 생활이 끝나고 거주할 기지가 정해지면 본격적인 신랑감 찾기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푸바오가 짝을 찾는다고 해서 바로 새끼를 밸 수 있는 건 아니다. 자이언트 판다는 번식이 쉽지 않은 대표적인 동물이다.
암컷의 경우 가임기가 1년에 약 40시간에 불과하다. 이 짧은 기회를 놓치면 다시 1년을 기다려야 한다. 더욱이 판다 수컷도 성관계에 적극적이지 않은 편이다.
자이언트 판다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번식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을 찾고 있다.
최근 중국 과학자들은 자이언트 판다의 번식 능력이 장내 미생물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이 결과에 따르면 자이언트 판다의 먹이를 조절하면 성기능을 활발하게 개선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중국 베이징사범대학교 연구진은 지난 1일(현지 시간) 국제 학술지 ‘생태와 진화(Ecology and Evolution)’에 성기능이
왕성한 자이언트 판다는 장내에 ‘클로스트리듐(Clostridium)’이라는 세균이 많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자이언트 판다의 성기능이 저하되는 원인으로는 제한된 공간에 갇혀 있다는 심리적인 스트레스나 짝짓기 경쟁의 부족이 꼽혔다.
연구진은 장내 미생물에 초점을 맞춰서 수컷 자이언트 판다의 성기능 저하를 살폈다.
자이언트 판다의 장내 미생물 연구는 주로 판다의 주식인 대나무 소화를 돕는 역할에 초점을 맞췄다.
자이언트 판다는 대나무의 주성분인 섬유소를 소화하는 유전자가 없기 때문에 섬유소를 소화하기 위해서 장내 미생물에 의존한다.
연구진은 자이언트 판다의 장내 미생물이 단순히 섬유소 소화를 돕는 역할에서 그치지 않고 성기능과도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이후 중국 산시성의 자이언트 판다 연구센터에서 20마리의 수컷 자이언트 판다의 72개 대변 샘플을 얻었다.
연구진은 성기능이 활발한 수컷 자이언트 판다와 그렇지 않은 수컷 자이언트 판다로 그룹을 나눈 뒤에 장내 미생물 구성에 차이가 있는지 살폈다.
성기능이 왕성한 자이언트 판다와 그렇지 못한 자이언트 판다는 장내 미생물 구성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기능이 왕성한 자이언트 판다는 장내에 ‘클로스트리듐’이라는 세균이 많았는데, 반대의 경우에는 이 세균이 많지 않았다.
연구에 참여한 리우 딩젠 베이징사범대 교수는 “장내 미생물과 자이언트 판다의 성기능 사이에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찾았지만,
장내 미생물이 자이언트 판다의 성기능에 영향을 주는 유일한 원인은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이번 발견은 자이언트 판다의 보존과 번식에 중요한 힌트가 될 수 있다는 게 과학계의 평가다.
클로스트리듐이 많은 식단을 수컷 자이언트 판다에게 제공하면 자이언트 판다의 성기능을 개선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찾았기 때문이다.
베이징사범대 연구진은 클로스트리듐이 많은 죽순을 자이언트 판다에게 더 많이 제공하고, 번식기를 전후로는 플라보노이드 화합물을 식단에 추가하는 게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플라보노이드 화합물은 식물성 화합물로 블루베리나 딸기 등에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