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먹는 작은 미생물 지구의 지킴이될 것
플라스틱 먹는 작은 미생물 지구의 지킴이될 것
플라스틱은 카페에서 커피를 사거나 음식을 배달시킬 때 쓰는 포장용기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소재다.
물건을 살 때 쓰는 신용카드는 물론, 옷에 주름을 막는 데도 폴리에스터(Polyester)라는 플라스틱 소재가 들어간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1950~2017년 전 세계 누적 플라스틱 생산량은 92억t으로, 이 중 70억t은 플라스틱 폐기물이 됐다.
플라스틱이 자연적으로 분해되기 위해선 수백 년이 걸린다. 분해되지 않은 플라스틱은 강과 바다로 흘러가 갖가지 생물에 쌓인다.
다양한 동식물을 섭취하는 사람의 몸속도 예외는 아니다.
플라스틱 재활용은 폐기물을 줄이고 환경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플라스틱을 고온에서 처리해 에너지가 많이 들고, 화학적 방법을 사용해 재활용 플라스틱에 불순물이 높다는 문제가 있다.
우베 보른슈어(Uwe Bornscheuer) 독일 그라이프스발트대 생화학과 교수는 19일 경남 창원시에서 열린 ‘2024년 한국생물공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플라스틱으로부터 지구를 지키기 위해 효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효소를 이용해 플라스틱을 분해하고 재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른슈어 교수는 폴리우레탄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효소를 발견하고 분해 성능을 알아봤다.
발견된 효소는 화합물의 결합을 분해하는 에스터가수분해효소(Esterase)의 한 종류다.
분해된 플라스틱 폐기물은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다시 탄생한다.
이 효소는 세탁비누 정도의 알칼리성인 산성도(pH) 10, 물의 끓는점보다 낮은 온도인 섭씨 70도에서 폴리우레탄을 활발히 분해했다.
보른슈어 교수는 발굴한 효소의 구조를 밝히고 유전자를 조작해 생체촉매로서의 성능을 높이는 연구도 진행했다.
효소를 이용한 플라스틱 재활용은 에너지 절감과 지속가능성이라는 두 가지 장점을 가진다.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온도가 섭씨 70도 이하인 만큼 큰 에너지를 투입할 필요가 없다.
또 화학물질이 아닌 효소를 사용하기 때문에 분해 이후 나온 재활용 플라스틱의 순도도 매우 높은 편이다.
재활용 플라스틱에 불순물이 많아지면 결국 재활용이 불가능해지는 만큼, 재활용의 지속성을 늘릴 수 있다.
보른슈어 교수는 2022년 국제효소공학회에서 효소공학상을 받은 생명공학 분야의 리더급 연구자다.
화학을 전공한 보른슈어 교수는 대학원 시절 효소가 환경과 인체에 친화적이라는 점에 매력을 느꼈다.
효소를 이용해 환경을 지키기 위해 연구자의 길을 걸어온 지 벌써 30년이 지났다.
프랑스 기업인 카비오스(Carbios)와 함께 8년간 개발한 플라스틱 효소 분해 기술을 내년엔 선보일 예정이다.
카비오스는 캘빈 클라인이나 파타고니아 등 의류 기업들과 생분해성 폴리에스터 의류를 만드는 기업이다.
보른슈어 교수는 “효소로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효소를 이용한 재활용을 일상에서 보려면 아직 넘어야할 산이 많다.
아직 1t 이상의 많은 플라스틱을 처리하기엔 인프라가 부족한 탓이다.
보른슈어 교수는 “상용화를 위한 기술은 1년 안에 해결책을 만들겠지만, 일반 시민이 이 기술을 피부로 느끼기 위해선 기술을
확장해줄 파트너 기업이 필요하다”며 “새로운 기술을 적용할 인프라를 마련하는 데 넘어야 할 규제와 승인들도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른슈어 교수는 “플라스틱 재활용을 권장하는 독일에선 이미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플라스틱 오염은 세계적인 문제인 만큼 전문 지식과 기술을 모을 수 있는 국제 협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