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6번 넘어지던 파킨슨병 환자 다시 걸었다
하루 6번 넘어지던 파킨슨병 환자 다시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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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여섯 번까지 넘어지던 파킨슨병 환자가 척수에 전극을 이식받고 몇 킬로미터씩 문제없이 걸을 수 있을 정도로 증상이 호전됐다.
환자 한 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여서 모든 사람에게 효과가 있을지 아직 확신하기엔 이르지만,
연구가 발전하면 파킨슨병 환자의 운동 장애를 치료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스위스 로잔 연방공대(EPFL)의 그레고어 쿠틴(Grégoire Courtine) 교수와 로잔대학병원의
조슬린 블로흐(Jocelyne Bloch) 교수 연구진은 7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메디슨’에
“신경 보철물을 척수에 이식하고 전기 자극을 주자 제대로 걷지 못하던 만성 파킨슨병 환자의 보행과 균형 능력이 크게 향상됐다”고 밝혔다.
파킨슨병은 1817년 영국 의사 제임스 파킨슨이 처음 발견한 퇴행성 뇌질환이다.
근육의 무의식적인 운동을 담당하는 뇌 도파민 신경세포가 줄어들면서 손발이 떨리고 걸음걸이가 무거워지는 등 운동 장애 증상이 나타난다.
현재 도파민이 부족한 뇌 영역에 약물을 투여해 파킨슨병 증상을 조절하지만 근본적인 치료 방법은 없는 상태다.
뇌에 전류를 흘려 도파민 분비를 유도하는 치료법이 있지만, 전극을 이식하는 일이 쉽지 않다.
쿠틴 교수는 병이 많이 진행된 환자는 이런 치료에도 반응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번 실험에 참가한 62세의 마크(Marc)라는 남성은 30년 동안 파킨슨병을 앓아 제대로 걷지 못했다.
그동안 도파민을 투여하고 2004년에는 뇌를 자극하는 수술도 받아 몸이 떨리고 뻣뻣해지는 증상이 줄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도파민이나 뇌 자극에도 반응하지 않는 심각한 보행 장애가 발생했다.
마크는 좁은 길을 지나가거나 방향을 돌리면 다리가 얼어붙어 하루에 대여섯 번씩 넘어지곤 했다.
연구진은 뇌 대신 척수를 자극하는 방법을 택했다.
먼저 인간과 가까운 영장류에서 가능성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마크의 다리와 신발에 센서를 부착하고 걸음걸이가 잘못되는 형태를 분석했다.
이를 통해 보행 기능 장애를 보완하려면 어떤 전기 자극을 줘야 하는지 확인했다.
마지막으로 허리 부분의 척수에 이식한 전극을 통해 걸음걸이에 맞는 전기 자극을 줬다.
전기 신호는 다리 근육에 움직이라는 명령을 내린다.
마크의 뇌는 여전히 다리에 운동 신호를 보낸다.
척수에 이식한 전극은 여기에 전기 신호를 추가해 다리가 더 부드럽게 움직이도록 한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이식 수술 후 3개월 동안 재활 훈련을 거치자 마크는 걸음걸이가 얼어붙는 증상이 거의 사라졌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신경 자극기를 사용한 지 2년이 된 마크는 이제 넘어지는 일이 거의 없고, 지팡이나 도우미 없이도 한 번에 몇 킬로미터를 걸을 수 있다고 말했다.
마크는 특히 한쪽 다리를 더 움직이기 힘들어했다.
연구진은 그에 맞춰 한쪽 다리에 전기 자극을 더 줬다.
블로흐 교수는 “요추 척수를 정밀하게 자극한 결과, 파킨슨병으로 인한 보행 결손이 현저하게 개선되는 것을 처음으로 관찰했다”며
“더 많은 파킨슨병 환자를 대상으로 이 방법을 시험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