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릴레오서 허블까지 천문학 400년의 성과 AI
갈릴레오서 허블까지 천문학 400년의 성과 AI
3일 대전 유성구 한국천문연구원 천문우주기술센터. 한쪽 벽을 가득 채운 4개의 화면에 이글거리는 태양 표면과 바깥 대기층인 코로나가 나왔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태양 활동 관측위성(SDO)’이 보내온 태양 영상이다.
SDO를 통해 초고화질 영화 2만편에 달하는 분량의 500테라바이트 데이터가 매년 지구로 송신되는데, AI(인공지능)가 자동으로 이미지를 분석해 흑점·홍염 등 태양 활동을 분류하고 기록한다.
워낙 데이터가 방대하고 24시간 관측과 정밀한 분석이 필수여서 이전에는 엄두도 내지 못하던 작업이었다.
천문연 관계자는 “태양 활동은 지구 기후를 비롯해 인류의 생존에 큰 영향을 끼치는데
AI로 이전보다 훨씬 정확한 분석과 예측을 할 수 있게 됐다”며 “우주 연구의 신기원을 AI가 열고 있다”고 했다.
외계 행성 발견, AI로 10배 이상 늘어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1610년 망원경으로 목성의 4대 위성을 발견한 이래 인류는 꾸준히 과학적 천체 관측법을 발전시켜 왔다.
하지만 400년 가까이 외계 행성 발견은 커다란 숙제였다. 외계 행성은 태양계 밖에서 항성(별)을 공전하는 천체를 뜻하는데,
스스로 빛을 내지 않아 지구에서는 존재를 확인하기 어려웠다.
주변의 별에 반사된 미세한 빛의 변화를 포착해야 하는데, 1995년이 되어서야 망원경으로 관측한 빛의
파장을 분광기로 분석하는 방식으로 태양과 유사한 항성을 공전하는 외계 행성을 처음 발견했다.
이후로 수많은 천문학자가 외계 행성 발견에 나섰지만 2010년까지 511개를 발견하는 데 그쳤다.
이런 천체관측의 한계를 돌파한 것이 AI였다. 2017년 케플러 우주 망원경이 보내온 이미지에서 미세한 빛의 변화를 AI가 찾아내면서,
‘케플러-90i’라는 외계 행성을 찾아낸 것이다. 2020년 전후로 NASA 등이 AI를 우주 관측에 본격적으로 사용하면서 외계 행성 발견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NASA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발견된 외계 행성은 5577개에 달해 AI 도입 이전(511개)의 10배가 넘는다.
망원경의 관측 데이터를 분석하는 과정을 AI가 초고속으로 대신하면서 더 많은 천체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행성 발견은 우주의 비밀을 밝히는 가장 기본적인 연구 활동이다.
인류가 AI로 우주탐사 지평을 확대하며 우주의 비밀을 한 꺼풀씩 벗겨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실제로 NASA는 AI를 활용해 약 2만7000개 소행성을 새로 발견했다.
인류의 오랜 궁금증인 외계 생명체에 대한 탐색에도 AI가 활용되고 있다. 외계 지적 생명 탐사(SETI) 연구진은 지난해 국제 학술지
‘네이처 천문학’에 820개의 별에서 발생하는 방대한 신호를 AI로 분석해 외계 생명체에 의한 것일 수 있는 8개의 신호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은하 병합 과정에서 별의 대량 생성 현상을 연구하는 AI, 우주의 초광각 시야 이미지를 분석해
새로운 은하를 찾고 분석하는 AI 등 우주 관측 분야에 특화된 AI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AI로 태양 폭풍 30분 전 경고
AI는 태양 활동을 정밀 관측하고 예측해 전파장애 등 지구의 피해를 예방하는 데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NASA는 위성 관측 데이터에 AI를 결합해 태양 폭풍이 지구 어느 곳에 피해를 줄지 예측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태양 폭풍은 지구 자기장을 교란해 GPS(위성 위치 확인 시스템) 장애를 초래하고, 지구의 기후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NASA는 “토네이도 경보처럼 AI가 태양 폭풍을 30분 전에 경고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설치된 ‘태양 코로나그래프(CODEX)’에도 AI가 적용됐다.
이것은 천문연과 NASA가 공동 개발한 태양 활동 관측 장비로, 정교하게 태양을 향하도록 AI가 움직임을 제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