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는 어떻게 사자의 얼룩말 사냥을 방해했을까
개미는 어떻게 사자의 얼룩말 사냥을 방해했을까
아프리카는 흔히 약육강식의 법칙이 지배하는 강자들의 세상으로 묘사된다.
하지만 최근 아프리카 생태계에서 가장 몸집이 작은 개미가 사자의 사냥을 방해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자의 얼룩말 사냥 횟수가 감소하고 있는데, 그 원인이 바로 개미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사자는 개미 때문에 비교적 쉬운 사냥감인 얼룩말을 포기하고 거대한 몸집을 가진
버팔로(아프리카물소) 사냥에 나서고 있다. 도대체 개미는 어떻게 사자의 얼룩말 사냥을 방해한 걸까.
제이콥 고힌 미국 와이오밍대 교수가 이끄는 국제 공동 연구진은 26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케냐에 외래종 개미가 침입하면서 사자의 사냥을 포함한 생태계 전반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개미 종의 침입이라는 작은 변화가 연쇄 반응을 통해 생태계에 교란을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이번 연구에는 케냐, 캐나다, 아르헨티나 연구진이 함께 참여했다.
연구진은 케냐에 있는 ‘올 페제타 보호구역’에서 사자의 생태 변화를 조사했다.
이곳은 아프리카 지역에서 야생동물 보호 활동을 하는 단체 ‘올 페제타 컨저번시’가 관리하는 곳으로 안쪽에는 동물 추적기가 설치돼 있어 생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는 곳이다.
연구진은 2003년부터 2020년까지 사자가 사냥감으로 어떤 동물을 선택했는지 분석했다.
연구를 시작한 2003년 사자는 사냥감의 67%를 얼룩말로 선택했다. 얼룩말은 사자가 가장 좋아하는 사냥감으로 알려져 있다.
움직임이 빠르긴 하지만 뒤쫓기만 한다면 반항을 거의 하지 않는 손쉬운 사냥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자의 얼룩말 사냥은 시간이 갈수록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에는 42%까지 사냥 비율이 감소했다.
반면 버팔로를 사냥하는 비율은 가파르게 증가했다.
2003년에는 단 한마리의 사자도 버팔로를 사냥하지 않았으나 2020년에는 버팔로 사냥 비율이 42%까지 늘었다.
얼룩말과 버팔로를 사냥하는 비율이 같아진 것이다.
버팔로는 사자와 함께 아프리카 생태계에서 가장 강한 동물로 꼽힌다.
동물 중에서는 천적을 찾을 수 없고, 인간이 유일한 천적이라고 여겨질 정도다.
사자가 새끼 버팔로를 사냥하는 모습이 이따금 포착되기도 했으나, 새끼를 잡을 때도 사자는 무리를 만들어야 할 정도다.
고힌 교수는 “사자가 버팔로를 사냥하려면 자신도 상당한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며 “사자가 굳이 어려운 사냥감을 선택해야 했던 이유가 따로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사자의 사냥 패턴이 바뀐 이유를 찾기 위해 생태계 전반에 걸쳐 나타난 변화를 찾고 그 원인을 추적했다.
그 결과 외래종인 큰머리개미의 침입으로 인한 생태계 변화가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큰머리개미는 이 지역에 살고 있던 개미를 몰아내고 아카시아 나무를 서식지로 차지했다.
아카시아 나무는 줄기에 가시가 있어 새 같은 포식자들로부터 개미를 지켜주고, 개미는 나무를 쓰러트리는 코끼리의 접근을 막아주는 공생 관계를 맺고 있었다.
그러나 큰머리개미가 침입하면서 코끼리에게 피해를 받는 나무가 늘었다.
연구진은 큰머리개미가 기존 개미를 몰아낸 지역의 나무가 다른 곳보다 5~7배 이상 파괴된 점에 주목했다.
나무는 사자가 얼룩말을 사냥하기 위해 몸을 숨기는 데 사용됐으나, 나무가 줄면서 사자의 얼룩말 사냥이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큰머리개미로 피해를 받은 지역에서 사자의 얼룩말 사냥은 2.87배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힌 교수는 “아카시아 나무의 개체수가 외래종 개미의 침입으로 과도하게 감소한 것이 결국 사자에게까지 영향을 미쳤다”며
“생태계 보존을 위해 동·식물 사이의 보이지 않는 상호작용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