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장벽 구현한 칩으로 치매약 실험할까
뇌장벽 구현한 칩으로 치매약 실험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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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치료 효과를 높이려면 장기(臟器)와 혈관의 생체 환경을 최대한 구현해 적합한 약물 전달 기술을 찾아야 한다.
국내 연구진이 보다 생체에 가까운 ‘장기칩(Organ on a Chip)’ 기술을 이용해 뇌에 약물을 전달하는 효율을 높일 방법을 찾았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의 박태은
권태준 교수 연구진은 쥐의 생체 세포를 이용해 혈뇌장벽(血腦障壁)을 재현한 장기칩을 만들고
이를 이용해 약물 전달 기술을 찾았다고 17일 밝혔다.
혈뇌장벽은 뇌에서 이물질의 침입을 막는 곳이다.
산소나 영양분은 혈관에서 뇌로 가지만, 그보다 큰 물질은 혈관을 둘러싼 내피세포라는 장벽에 막혀 뇌로 가지 못한다.
현재 세포를 연구할 때는 ‘트랜스웰(transwell)’ 모델을 사용한다.
다공성 막으로 세포 장벽을 구현하고 세포의 이동과 침입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장기의 혈관과 혈류는 재현할 수 없어 한계가 있었다. 이를 해결하고자 나온 방법이 혈류를 모방하는 장기칩 기술이다.
장기칩은 기판 위에 인체 유래 세포를 3차원 구조로 배양해 장기를 모방하는 기술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원통형 기판 위에 혈관내피세포를 한 층 배양해서 혈관을 구현했다.
연구진은 ”손가락 두 마디 크기의 장기칩이 기존의 트랜스웰 모델보다 생체와 더 비슷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장기칩 내부의 혈액이 혈관 벽을 따라 이동할 때 실제와 유사한 전단응력이 발생했기 때문으로 봤다.
전단응력은 혈액과 같은 유체가 흐를 때 주위에 가해지는 힘을 말한다.
혈관내피세포는 지속적인 혈류와 혈압에서 전단응력을 받아 세포의 기능이나 모습, 성질이 달라진다.
이를 모사한 장기칩에서 혈관 표면에서 전단응력을 감지하고 상호작용하는 내피당질층(Glycocalyx)의 구조와 기능을 정확하게 재현할 수 있었다.
장기칩을 이용해 내피당질층을 오가는 펩타이드를 발견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펩타이드는 아미노산이 연결된 짧은 사슬을 말한다. 선별된 펩타이드로 특정 혈관을 표적으로 하는 약물을 전달할 수 있다.
연구진은 “장기칩 기술이 간, 신장, 폐와 같은 다양한 장기에 특화된 표적치료제 개발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공동 제1 저자인 최정원 연구원은 “장기칩 기술이 생체 환경을 밀접하게 모방해 표적 기능을
가진 약물 전달체를 발견하는 데 강력한 도구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동 제1 저자인 김경하 연구원은 “장기칩 기술이 인간의 생체 조직도 정확히 모델링할 가능성이 높음을 입증했다”며
“향후 약물 전달 시스템 연구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