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속에 전자 텐트 펼쳐 질환 진단
뇌 속에 전자 텐트 펼쳐 질환 진단
국내 연구진이 주삿바늘로 뇌 질환 진단이 가능한 생분해성 전자 텐트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강승균 서울대 공과대학 재료공학부 교수 연구진은 김주영 울산과학기술원(UNIST) 신소재공학과 교수
현정근 단국대병원 교수 연구진과 함께 기존 진단 방식의 위험을 해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8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전자소자 분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일렉트로닉스(Nature Electronics)’에 지난 5일 게재됐다.
연구진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설립한 뇌신경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Neuralink)의 최근 임상 시험에서 연구 아이디어를 얻었다.
브레인 칩을 뇌에 삽입하기 위해 수술까지 감수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으리라고 본 것이다.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Brain Computer Interface) 장치를 뇌에 이식하려면
두개골을 제거한 후 전자칩을 삽입하는 위험한 수술을 받아야 하고, 제거하는 추가 수술도 필요하다.
이와 비슷하게 기존의 뇌전증(간질)이나 파킨슨병을 진단할 때는 손바닥 크기에 가까운 대면적의 뇌 전극 사용이 필수였다.
따라서 전극 면적 이상의 두개골을 제거하는 위험한 수술이 필요했다.
이 경우 뇌출혈, 뇌 감염, 뇌척수액 누출과 같은 심각한 부작용이나 수술 후 신경성 고혈압과 같은 합병증의 가능성이 높았다.
연구진은 수술 부담을 덜기 위해 비침습적으로 뇌 질환을 진단할 수 있는 ‘생분해성 전자 텐트’를 개발했다.
생분해성 형상기억 고분자와 초박막형 생분해성 무기질 전자 소자를 사용해
두개골과 뇌 사이의 수㎜ 이내의 좁은 공간에서도 파손되지 않고 고르게 펼쳐질 수 있도록 설계했다.
두개골의 작은 구멍을 통해 주삿바늘로 주입된 전자 텐트는 두개골과 뇌 사이 공간에서 손바닥 크기의 대면적으로 스스로 펼쳐져 뇌 전체를 덮었다.
이 소자는 진단이 끝난 후에 자연스럽게 체내에서 분해되어 사라졌다.
즉 수술 후 의료기기 잔여물이 장기간 신체에 남아 부작용을 일으키던 기존 뇌전증, 파킨슨병 진단 방식의 문제점을 최소화할 수 있다.
연구진은 생분해성 전자 텐트를 활용해 동물 모델의 뇌에 전극을 삽입한 후 2주간 뇌파 신호를 측정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이후 전자 텐트가 생분해되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체내에서의 활용 가능성도 확인했다.
강승균 교수 연구진은 앞서 2016년 생체 삽입형 전자소자를 이용해 무선 형태로 뇌압을 측정하는 ‘생분해성 뇌압 센서’를 개발해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전자소자를 활용한 뇌 진단 기술을 개발해 생분해성 전자소자 분야에서 한 걸음 더 앞서게 됐다.
생분해성 전자 텐트는 향후 의료계 현장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연구진은 “난치성 뇌전증과 파킨슨병 진단은 물론 뇌졸중, 뇌 수두증과 같은 뇌 질환을 진단하는 데에도 활용할 수 있다”며
“뉴럴링크의 뇌 이식 실험에 사용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술을 구현하는 데에도
일반인들의 거부감을 줄이고, 기술의 실현 가능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