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 묻힌 티탄철석을 찾아라
달에 묻힌 티탄철석을 찾아라
한국이 달에 묻혀 있는 광물을 활용하기 위해 미국, 유럽과 공동 연구에 나선다.
유럽과는 심(深)우주 탐사와 청정 에너지 원료로 활용될 가능성이 큰 티탄철석을 공동 연구하기로 했다.
이번 공동 연구로 우주 선진국들과 함께 본격적인 우주 자원 시대가 시작될 것으로 기대된다.
30일 과학계에 따르면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미 항공우주국(NASA) 존슨우주센터,
유럽우주자원센터(ESRIC)과 현지 우주 자원 활용방안을 위한 공동 연구에 착수한다.
NASA와는 추후 공동 연구 과제를 도출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ESRIC와는 달 표면에 존재하는 티탄철석(Ilmenite·일메나이트) 관련 연구를 진행하기로 했다.
공동 연구를 위한 협의는 NASA와 ESRIC 소속 우주 자원 실무진이 한국에 들어오면서 성사됐다.
지질연은 전날 대전 기초과학연구원(IBS) 과학문화센터에서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과 함께 ‘우주 자원 국제워크숍’을 열었다.
국제워크숍에는 제럴드 샌더스(Gerald Sanders) NASA 우주현지자원활용(ISRU) 총책임자와 캐서린 해들러(Kathryn Hadler) ESRIC 원장,
클리브 닐(Clive Neal) 미국 노트르담대 지질과학과 교수가 참석했다. 국제워크숍에선 우주
자원에 대한 활용 기술 분류와 민간 영역에서의 개발, 우주 자원 거버넌스, 선진국·신흥국·민간기업의 우주 자원 협력 방향을 논의했다.
지질연과 ESRIC는 우선 티탄철석에서 산소와 수소를 추출하는 방법을 연구하기로 했다.
티탄철석을 가열할 때 나오는 물을 분해하면 산소와 수소를 얻을 수 있다. 달에서 얻는 수소와 산소는 현지에서 활용해 발사체 연료로 사용한다.
티탄철석 연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심우주 탐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수 있다.
해들러 ESRIC 원장은 “한국과 함께 티탄철석 특성과 원격탐사 연구자료를 공유하고 산소를 추출하는 방법을 공동으로 연구할 계획”이라며
“한국의 역량은 이미 다누리로 검증됐고, 우주 탐사뿐 아니라 우주 자원 활용 분야에서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티탄철석은 ‘헬륨3′을 얻을 수 있는 중요한 광물로 꼽히기도 한다. 헬륨3은 일반 헬륨보다 중성자가 하나
적은 헬륨을 말하는데, 탄소 배출이나 방사능 오염 걱정이 없는 차세대 핵융합 발전 에너지원으로 사용될 수 있다.
현재 달 표면에는 110만t의 헬륨3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헬륨3 활용은 아직 실현하기 어려워 향후 다시 연구를 논의할 계획이다.
달 우주 자원 연구는 산소와 수소, 헬륨3 이외에도 수많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특히 반도체와 같은 첨단제품에
필요한 희토류도 많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달의 자원을 채굴하고 추출해 지구로 운송하는 과정은 풀어야
할 숙제지만, 자원을 선점하기 위해 우주 선진국들은 우주 자원 현지 활용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NASA는 2032년 예정된 한국 달 착륙선으로 협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앞서 NASA는 한국형 달 궤도선 다누리에 실린 지질연의 감마선분광기와 미국 애리조나주립대의 섀도우캠으로
우주 자원 분야에서 협력한 경험이 있다. NASA는 최대한 많은 자원 매장지를 찾기 위해 한국과의 협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샌더스 NASA ISRU 총책임자는 “NASA는 한국의 최초 달 착륙선에서 다누리와 같은 종류의 파트너십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며 “달에서 최대한 많은 자원 평가가 이뤄져야 하는 만큼, 한국과 미국이 달 지표면에서 어떻게 협력할지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NASA에서 달탐사분석그룹(LEAG)을 이끈 닐 노트르담대 교수도 “우주 자원을 활용하고 개발하기 위해선 다양한
연구기관과의 협력이 중요하다”며 “우주 자원은 경제의 새로운 부문을 만들 수 있고, 한국을 포함한 여러 협력국과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