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 위기의 스코틀랜드 들고양이 과학으로 살린다
멸종 위기의 스코틀랜드 들고양이 과학으로 살린다
스코틀랜드는 13~14세기 잉글랜드에 맞서 전쟁을 벌여 끝내 독립을 쟁취했다.
나중에 1707년 연합법을 통해 영국 연방의 일원이 됐지만, 최근에도 독립투표를 할 정도로 독자적인 국가라는 의식이 강한 곳이다.
그런 스코틀랜드인의 독립 정신을 상징하는 동물이 바로 ‘하이랜드 호랑이(the Highland tiger)’이다.
과학자들이 멸종 위기에 내몰린 하이랜드 호랑이를 구하기 위해 첨단 유전학을 총동원하고 있다.
들고양이 개체수 늘리려 자연 방사 시도
영국에는 호랑이가 살지 않는다.
과학자들이 구하려고 하는 동물은 진짜 호랑이가 아니라 고지대에 사는 ‘스코틀랜드 들고양이(학명 Felis silvestris)’이다.
유럽 들고양이의 일원으로, 같은 고양이 속(屬)에 속하는 집고양이(Felis catus)와 달리 인간을 멀리하고 험난한 고지대에 산다.
이런 모습이 강인함과 독립의 상징이 돼 13세기부터 스코틀랜드 여러 가문의 문장에 등장했다. 고등학교의 상징물로도 인기가 높다.
스코틀랜드 들고양이는 현지 주민들의 사랑에도 불구하고 현재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야생 상태로 남은 들고양이는 30마리대로 줄었다.
그나마 집고양이와 피가 섞이면서 이제는 유전자의 순수성이 크게 훼손된 상태이다.
영국 브리스톨대의 마크 버몬트(Mark Beaumont) 교수 연구진은 지난 6일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스코틀랜드 들고양이와 집고양이는 지난 70년 동안 유전자가 크게 섞였다”고 밝혔다.
1950년대 들고양이 유전자 중 5%만 집고양이와 같았지만, 1997년 이후 집고양이 유전자 비율이 74%까지 치솟았다.
이 점에서 과학자들은 스코틀랜드 들고양이가 사실상 자연에서 멸종했다고 본다.
같은 날 영국 옥스퍼드대와 독일 뮌헨대 연구진도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고대 고양이 유골과 오늘날 고양이에서 채취한 DNA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로마 시대부터 집고양이가 영국 전역에 퍼졌지만, 2000년 동안 스코틀랜드 들고양이는 집고양이와 유전자가 거의 섞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집고양이와 DNA가 섞인 지 100년도 안 됐다면, 아직 하이랜드 호랑이의 유전적 순수성을 되돌릴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과학자들은 고양이의 야생 복원을 시도하고 있다.
스코틀랜드 동물학회는 ‘들고양이 구조(Saving Wildcats)’ 프로그램으로 지난 6월 스코틀랜드 하이랜드의 케언곰스(Cairngorms)
보호구역에서 처음으로 위성위치추적기(GPS) 장치를 단 들고양이를 방사했다.
이곳은 인간 거주지와 멀리 떨어져 있지만, 인근 주민들이 키우는 집고양이들에게 불임 시술을 해서 들고양이와 피가 섞이는 일을 원천 봉쇄했다.
지금까지 스코틀랜드 들고양이 19마리가 자연으로 돌아갔다.
스코틀랜드 동물학회에 따르면 지난달 13일 현재 방사된 들고양이 중 18마리가 살아 있다.
들고양이 보호단체는 2026년까지 60마리를 방사할 계획이다.
유전적 순수성 복원하는 교배 노력도
집고양이는 유럽 들고양이와 다른 아프리카 들고양이(Felis lybica)의 후손으로, 9500년 전부터 중동에서 인간과 같이 살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때부터 집고양이는 먹이가 풍부하고 보살펴주는 사람과 가까운 곳에 살았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고양이 미라도 만들었다.
집고양이는 나중에 로마인을 따라 전 세계로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