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이도 막는 궁극의 범용 백신 기술 나왔다
변이도 막는 궁극의 범용 백신 기술 나왔다
백신 효능을 무력화하는 바이러스의 변이에 대처하는 새로운 범용 백신 기술이 나왔다.
항체를 만들어 바이러스를 죽이는 기존 백신과 달리 유전자의 발현을 막아 감염을 막는 방식이다.
기존 백신을 접종할 수 없는 신생아에게도 활용할 수 있어 감염병 퇴치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롱 하이 미국 리버사이드 캘리포니아대(UCR)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16일 리보핵산 간섭(RNAi) 현상을 이용한 범용 백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하이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백신은 바이러스의 광범위한 변이에도 효과를 그대로 유지한다”며
“그간 연구자들이 찾던 범용 백신의 개발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유전자의 발현을 막는 리보핵산 간섭(RNAi) 현상을 이용한 백신을 개발했다.
기존 백신이 면역 반응을 유발하는 항원·항체 반응을 사용했다면, UCR 연구진은 번식에 필요한 유전자의 발현을 막는 RNAi를 이용했다.
RNAi는 단백질의 뼈대가 되는 메신저RNA(mRNA)를 분해하는 물질이다. 기존 백신에서 활용하던 항원·항체 반응은 변이에 따라
항원이 변해 새로운 변이가 나타나면 대응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다.
반면 RNAi는 변이가 일어나지 않는 유전자를 표적으로 삼을 수 있고, 오랜 기간 면역력이 유지돼 백신으로 사용할 수 있다.
연구진은 살아 있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인간의 RNAi를 막는 유전자를 없앤 뒤 생쥐에게 접종하고 면역 반응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 살폈다.
항체를 만드는 면역세포를 제거한 생쥐에게 유전자 편집 바이러스를 접종한 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시켜 면역력의 유지 기간을 확인했다.
그 결과, 이번에 개발한 범용 백신을 접종 받은 생쥐는 90일간 인플루엔자에 대한 면역력이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쥐에게 9일은 인간에게 1년에 해당하는 만큼 오랜 기간 면역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연구진은 기대하고 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코로나 바이러스처럼 유전 정보가 RNA로 이뤄진 바이러스는 변이가 빠르게 일어난다.
RNA는 DNA보다 구조가 불안정해 숙주 세포에 감염돼 복제하는 과정에서 변이가 일어나기 쉽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DNA로 유전 정보를 저장하는 DNA 바이러스보다 변이가 일어날 확률이 1000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매년 접종해야 하는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은 유행할 변이를 예측해 새롭게 만들어진다.
최근에는 4종의 변이에 대응하는 4가 백신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예상과 다른 변이가 유행한다면 백신의 효능은 크게 떨어진다.
과학기술계에서는 지난 20여년 간 범용 백신을 개발하려는 시도가 계속 이어졌으나 아직까지 성공 사례는 없다.
반면 RNAi는 변이가 일어나지 않는 유전자를 표적으로 삼아 변이 여부에 관계 없이 효과를 낸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연구진이 한 동물 실험에서도 다양한 변이에 감염되더라도 면역력은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RNAi 백신이 신생아에게도 효과를 보이는 만큼 인플루엔자 예방에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면역력이 갖춰지기 전인 신생아 시기에도 RNAi가 만들어지고 감염을 예방하는 효과가 확인된 덕이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인플루엔자뿐 아니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앞으로 유행할 미지의 감염병을
예방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당시에도 여러 차례 변이가 나타나 백신 개발이 계속 반복된 바 있다.
연구진은 “수천 개에 달하는 RNA 조각을 표적으로 삼아 이를 피할 수 있는 변이는 거의 없다”며
“이번 실험이 성공한다면 독감을 퇴치하기 위한 기회 비용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