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툴리눔 독소 자주 오래 맞으면 뇌세포 손상 가능
보툴리눔 독소 자주 오래 맞으면 뇌세포 손상 가능
주름을 펴는 미용 목적으로 보툴리눔 톡신 주사를 반복해서 맞으면 뇌 신경세포가 손상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실제 환자가 아니라 미니 뇌를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이지만 신경독소의 악영향을 확인한 결과여서 관심이 집중됐다.
성균관대 양자생명물리과학원 조한상 교수는 지난 28일 “반복적으로 투여된 보툴리눔 톡신이 말초신경을 거슬러 뇌로 전달되고
면역세포를 교란해 뇌신경세포의 손상, 사멸을 유도하는 것을 동물실험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미국 매사추세츠주립대 발람싱(Bal Ram Singh) 교수,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찰스리(Charles Y. Lee) 교수 연구진과 함께 진행한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 2월호에 게재됐다.
보툴리눔 톡신은 식중독을 유발하는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균이 생산하는 신경 독소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생화학 무기로 개발이 시도됐을 정도로 독성이 강하다.
그러나 이 독소를 극미량만 주입하면, 근육 수축을 일으키는 신경 신호 전달을 방해해 일시적으로 근육을 마비시킨다.
이런 효과 때문에 주름을 펴거나 신경질환을 고치는 데 쓰인다. 특히 미용 성형 분야에서 저농도 보툴리눔 톡신이 ‘보톡스’라는 주사제 이름으로 널리 알려졌다.
한미(韓美) 공동 연구진은 인간 신경 줄기세포와 면역세포를 3차원으로 배양한 인간 미니 뇌 모델을 개발했다.
여기에 보툴리눔 톡신을 투여해 뇌의 신경염증 활동과 신경세포의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보툴리눔 톡신을 투여한 뇌에서는 뇌세포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 분비량이 줄었고, 뇌 속에서 청소 기능을 담당하는 ‘미세아교세포’가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아교세포는 신경세포들이 연결된 시냅스를 정리해 뇌 회로를 효율적으로 만든다.
그런데 이런 청소 작용이 지나쳐 정상 시냅스까지 없애면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퇴행성 뇌질환을 유발하기도 한다.
연구진은 이와 함께 보툴리눔 톡신에 노출된 미니 뇌에서는 뇌 조직 재생에 관여하는 전환성장인자(TGF𝛽)가 과도하게 나타나면서
신경세포의 보완단백질(C3, C5)을 만들어냈다고 밝혔다. 그 결과 뇌에 염증을 일으키는 미세아교세포가 활성화하면서 신경염증반응을 일으키고
치매를 유발하는 물질로 알려진 타우(tau) 단백질이 축적되면서, 시냅스를 제거했다.
연구진은 “반응성 성상교세포와 미세아교세포가 활성화되면서 시냅스가 손상되고 이것이 신경변성을 유발하게 되는 것이 특징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뇌질환이 생기면 뇌에서 신경세포에 영양분 등을 운반하는 성상교세포(별세포)의 크기가 커지고 수가 늘어나면서 뇌에 신경염증반응을 일으킨다.
그런데 보툴리눔 톡신을 장기간 투여한 뇌모델에서는 성상교세포가 뇌질환이 걸린 것처럼 크기가 커지고 늘어났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연구진은 “이로써 장기간 보툴리눔 톡신 치료를 받으면, 미세아교세포에 관여해 인간 뇌에 잠재적으로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증명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보툴리눔 톡신을 오·남용하면 내성(耐性)이 생겨, 나이가 들어 뇌졸중(뇌출혈, 뇌경색) 등이 발병했을 때는 이 약물이 효과가 없어 심한 후유증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조한상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보툴리눔 톡신의 반복적인 투여가 퇴행성 뇌질환을 일으킬 수 있음을 밝혔다”며 “보툴리눔 톡신의 무분별한 투여에 대한 경각심을 높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