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지마비 환자가 생각만으로 게임 속 드론 조종했다
사지마비 환자가 생각만으로 게임 속 드론 조종했다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rain-Computer Interface, BCI) 기술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신경 장애를 가진 환자들에게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열고 있다.
단순히 운동 기능을 복원하는 수준을 넘어서 일상 생활이나 비디오 게임과 같은 여가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데까지 도달했다.
미국 미시간대 연구진은 심각한 운동 장애를 겪는 환자들이 비디오 게임과 같은 여가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 BCI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21일 공개됐다.
BCI 기술은 뇌와 컴퓨터를 연결해 신체 기능을 복원하거나, 인간의 의도를 외부 기기로 전달하는 기술이다.
기존 BCI 기술은 마비 환자의 운동 기능 일부를 복원하는 데 사용돼 왔으나, 손가락 움직임과 같은 정교한 동작을 재현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따라서 타이핑이나 악기 연주, 게임 컨트롤러 조작과 같은 활동을 구현하기에는 어려웠다.
연구진은 척수 손상으로 사지마비를 앓는 환자의 뇌에 전극을 이식해 손 움직임과 관련된 신경 신호를 기록했다.
환자가 가상 손의 움직임을 관찰할 때 뇌에서 나오는 신경 데이터를 머신러닝 알고리즘으로 분석해 특정 손가락 움직임과 연관된 신호를 식별했다.
이를 기반으로 뇌에 전극을 이식한 환자가 손가락을 움직이는 것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비디오 게임 속 가상 드론을 조종할 수 있게 했다.
환자는 가상 드론의 속도와 방향을 자유롭게 조절하며 여러 장애물을 통과하는 비디오 게임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연구진은 “손가락 움직임의 정밀한 제어를 통해 악기 연주나 컴퓨터 작업과 같은 더 다양한 활동으로 확장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복잡한 작업에 BCI를 안정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더 복잡하고 정교하게… BCI 기술 이끄는 기업들
미국 미시간대에 이어 뉴럴링크(Neuralink)와 싱크론(Synchron) 같은 기업들도 BCI 기술을 현실로 구현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뉴럴링크는 뇌 이식 장치를 통해 외부 기기를 제어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 14일 머스크는 “세 번째 피험자에게 뇌 이식 장치를 성공적으로 이식했다”며
“이번 장치는 약 1년 전 첫 번째 피험자에게 이식했던 장치보다 전극 수도 더 많고 배터리 수명도 길다”고 밝혔다.
뉴럴링크는 마비 환자들이 단순한 조작뿐만 아니라 의사소통, 환경 제어 등의 더 복잡한 활동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머스크는 올해 안에 20~30명의 추가 피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확대해 뇌 이식 장치의 안전성과 효용성을 검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신경 기술 기업 싱크론은 비침습적 접근 방식을 통해 BCI 기술 상용화에 도전하고 있다.
싱크론이 개발한 ‘스텐트로드(Stentrode)’는 뇌 수술 없이 혈관을 통해 삽입되는 장치로, 뇌 신경 신호를 감지해 외부 기기로 전송한다.
전통적인 뇌 이식보다 안전하고 회복 시간이 짧아 상용화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싱크론은 근위축성 측삭경화증(ALS)을 앓고 있는 환자가 스텐트로드 BCI를 사용해 애플의 비전 프로와 아마존의 알렉사를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해 큰 주목을 받았다.
지난 14일 싱크론은 미국서 열린 2025 JP 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엔비디아(NVIDIA)의 실시간 AI 컴퓨팅 소프트웨어 플랫폼 ‘홀로스캔’을 기반으로 한 차세대 이식형 BCI를 공개했다.
AI로 신경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정확성을 높여 환자들이 타이핑이나 컴퓨터 조작 같은 정교한 작업을 수행하도록 도울 수 있다.
싱크론은 대규모 임상 연구를 통해 기술 안정성을 입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