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찾은 배터리 전문가 알면 무서울 게 없다
삼성이 찾은 배터리 전문가 알면 무서울 게 없다
탄소 배출 없는 그린철강 재생에너지 수소 가격 개선 시급
배터리의 화재나 폭발 사고가 잇따르면서 ‘전기차 포비아(공포증)’가 확산하고 있다.
해결책으로 전기차 배터리 충전량을 제한하는 방안도 나왔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전기차 배터리 안전성을 10년 넘게 다뤄온 연구자의 생각은 어떨까.
지난 30일 서울대에서 만난 임종우 화학과 교수는 “배터리는 당연히 충전량을 낮추면 안전해지지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불이 나는 원인을 더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배터리는 블랙박스처럼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을 모두 알 수 없다 보니 화재
원인을 그 누구도 모르는 것”이라며 “이 때문에 전기차 포비아가 퍼지고, 배터리 충전량을 낮추라는 결론이 나오는 것 같다” 말했다
임 교수는 배터리 폭주의 원인을 산업계와 함께 찾고 있다.
지난달 임 교수는 삼성SDI(371,000원 2,000 0.54%)
김원배 포항공대 교수 연구진과 함께 배터리의 음극을 알루미나로 코팅하면 열폭주를 억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에 발표했다.
열폭주는 전기차에서 불이 나 배터리의 온도가 수 초 안에 섭씨 1000도 넘게 치솟는 현상을 말한다.
임 교수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후 국내 배터리 업체 대부분이 연락을 해왔다”며 “각 기업에서 (우리 연구 결과를) 참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공개된 연구는 삼성SDI가 임 교수에게 열폭주로 인한 어려움이 크니 원리를 밝혀 달라고 요청하면서 시작됐다.
삼성SDI에서 배터리 부품을 직접 받고,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연구를 진행했다.
기업의 경쟁력과 관련 있는 기술이라 학계와 같이 문제를 함께 푸는 경우가 많지 않지만, 두 연구진 사이에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임 교수는 말했다.
임 교수는 “산업계는 산업 문제를 신속히 해결하는 데 집중하기 때문에, 기초 원리부터 차근차근 다루는 데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학계와 문제를 공유하고 메커니즘(작용 원리)부터 밝혀 문제점에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기업에서 제공받은 배터리는 품질이 안정적이고 일정해 학계에서 모델 시스템으로 연구하기에 정확성이나 신뢰성이 높아 이상적이다”라고 말했다.
배터리 분야의 산학 협력이 가장 활발한 나라는 중국이다. 임 교수는 중국에서 열리는 학회를 찾을 때마다 크게 실감했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 최대 배터리 기업인 CATL이나 BYD 등이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상당히 많다”며
“이런 문제들이 학계에 모두 공유되고, 공동 연구를 하면서 기업과 학계 모두 시너지를 낸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한국이 빠르게 변화하는 전기차와 배터리 시장을 선도하려면 관련 데이터를 국내에서 어떻게 공유할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배터리의 기본 단위인 셀을 만드는 제조사의 생산 신뢰성이 높더라도, 셀들을 묶어 팩을 만들고 화재와 과충전,
과사용을 방지하는 것은 또 다른 기술”이라며 “여러 기업이 배터리와 화재 관련 데이터를 공유하고 문제를 공론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맞춰서 규제를 세분화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임 교수 연구진은 앞으로 계속해서 열폭주 관련 연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임 교수는 “산업계가 전기차 배터리 화재 위험을 줄이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며
“생산 업체가 제공하는 가이드라인대로 운행하고, 충전하고, 정비하면 문제가 없는 시대가 멀지 않았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