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핵융합 연구장치 제트 에너지 출력 신기록
세계 최대 핵융합 연구장치 제트 에너지 출력 신기록
세계 최대 핵융합 연구장치인 ‘제트(JET)’가 해체를 앞두고 진행한 마지막 실험에서 에너지 출력 신기록을 세웠다.
영국 핵융합에너지청은 지난 8일(현지 시각) 기자회견을 열고 2023년 12월 말에 진행한 제트의 에너지 출력 실험에서
5.2초 동안 0.2㎎의 연료로 69MJ(메가줄)의 에너지를 생성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2년 전에 제트가 세웠던 59MJ의 기록을 넘어선 것이다.
핵융합 발전은 핵분열 반응을 이용하는 원자력 발전과 달리 태양이 빛과 열을 내는 원리를 이용한 발전 방식이다.
사고의 위험이 적고 방사성 폐기물도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친환경 발전 방식으로 불린다.
지구에 무한에 가깝게 존재하는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이용하기 때문에 경제성도 높다.
유일한 문제는 아직 기술이 충분히 발전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중력이 낮은 지구에서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려면 1억도까지 온도를 높여야 한다.
1억도의 높은 온도의 플라즈마를 자기장 안에 안정적으로 가두는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데 아직은 실험실 수준에 그치고 있다.
제트는 1971년 유럽원자력공동체 회원국들이 핵융합 연구를 위해 건설을 추진한 연구장치로, 1982년 완공돼 다음해부터 본격적인 가동을 시작했다.
현존하는 세계 최대 핵융합 연구장치인 동시에 유일하게 삼중수소를 이용한 핵융합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시설이다.
제트는 당초 운영 기간을 8년으로 예상했지만, 뛰어난 성과를 내놓으면서 수명이 계속 연장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더는 운영이 어렵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해제 작업을 앞두고 있다. 이번 실험은 해체 전에 진행된 제트의 마지막 실험이었다.
제트는 앞으로 16년에 걸쳐 해제를 진행할 예정이다.
해체 과정에서도 플라즈마와의 접촉으로 원자로 내벽이 어떻게 열화됐는지, 1g에 3만파운드(약 5051만원)의 가치가 있는 삼중수소를 회수할 수 있는지 등 다양한 연구가 진행된다.
영국 맨체스터 대학의 후안 매튜스 교수는 “제트를 해체하는 동안에도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슬퍼할 일이 아니라 축하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삼중수소를 이용한 핵융합 연구는 프랑스에 건설하고 있는 ‘국제핵융합실험로(ITER)’가 대신하게 된다.
한국도 참여한 ITER는 2025년에 첫 실험을 앞두고 있다. ITER는 에너지 출력을 500~700MJ까지 확대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선 내부엔 초고온 플라즈마를 가두기 위한 진공용기가 구축된다.
중성자와 열의 유출을 막기 위한 진공용기는 각각 4개의 세그먼트로 구성된 섹터와, 섹터를 감싸는 초전도자석인 TF코일 그리고 열차폐체가 조립된다.
초전도자석은 영하 268도 환경에서 막대한 전기 에너지를 전달한다.
열차폐체는 초고온 플라즈마와 진공용기 밖을 두르고 있는 초저온 상태의 초전도자석을 분리하는 역할을 한다.
총 9개로 나눠진 거대한 섹터를 모두 조립하면 도넛 모양의 토카막 장치가 완전한 모습을 갖추게 된다.
조립동을 총괄하는 양형렬 ITER 조립팀장은 “현재 3개의 섹터에 대한 조립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며
“1mm 오차범위 안에서 이뤄져야 하는 작업으로 엔지니어링 관점에서 매우 난이도가 높은 작업이다”라고 말했다.
양 팀장은 “무게 중심을 잘 맞춰 미동도 없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프랑스의 까다로운 안전기준을 준수해야 하기 때문에 아주 꼼꼼한 공정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조립장에 있는 수많은 장치에는 각기 다른 색의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양 팀장은 “조립동에서 각국이 조달하는 장비는 각기 다른 색깔이 표시돼 있는데 미국은 노란색, 한국은 회색이다”라고 말했다.
조립동에서 분주하게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많은 장비는 회색 스티커가 붙어 있다.
차세대 에너지원이라 불리는 핵융합에너지 개발의 첨단에서 한국의 위상을 가늠할 수 있었다.
석탄에너지와 달리 에너지를 얻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핵융합에너지는 ‘꿈의 에너지’라 불린다.
막대한 에너지를 만들어내면서도 환경에 부담을 주지 않기 때문에 청정 에너지라 불린다.
핵융합은 중수소와 삼중수소 같은 가벼운 원소의 원소핵들이 결합해 무거운 원자핵으로 변하면서 에너지를 내놓는 현상이다.
태양이 열을 내는 원리와 유사해 ‘인공태양’이라 불린다.
우라늄과 플루토늄 등 무거운 원소를 쪼개 에너지를 내는 핵분열을 통한 원자력 발전과는 반대되는 개념이다.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려면 1억도 이상 초고온 상태의 플라즈마(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된 이온 상태)가 필요하다.
태양은 자체 질량과 중력으로 초고온 플라즈마 상태를 스스로 만들지만 지구에서는 1억도의 초고온 플라즈마를 인위적으로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