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변을 연료로 쓰는 나노로봇 방광암 조직 90% 없앴다
소변을 연료로 쓰는 나노로봇 방광암 조직 90% 없앴다
완치가 어려운 방광암 환자를 위한 나노로봇 기술이 나왔다.
소변을 연료로 사용하는 이 로봇은 방광에 항암제를 정확히 전달해 치료 효과를 높이는 것뿐 아니라 부작용도 최소화할 수 있다.
다양한 질병의 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 나노로봇은 최근 과학계와 의료계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스페인 카탈루냐생명공학연구소(IBEC)와 바르셀로나 바이오의학연구소(IRB), 바르셀로나대 연구진은
15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에 “소변을 연료로 사용해 움직이는 나노로봇을 개발해 방광암을
치료한 결과 암세포의 크기가 최대 90%까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방광암은 전 세계에서 발병률이 가장 높은 암 중 하나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 따르면
매년 60만명이 방광암 진단을 받고, 이 가운데 20만명이 숨진다. 전 세계에서 10번째로 높은 발병률을 보이고 있다.
남성에서는 4번째로 많이 발병한다. 한국에서도 방광암은 남녀 통틀어 10위의 발병률을 보일 정도로 흔한 암이다.
방광암의 사망률은 약 30%로 다른 암에 비하면 치명적이지 않다. 다만 진단과 치료가 어려운 축에 속한다.
방광암 환자의 절반은 5년 이내에 재발해 치료 기간과 비용 부담도 크다.
연구진은 나노로봇을 이용해 방광암의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나노로봇은 나노미터(㎚)에서 밀리미터(㎜) 사이의 크기의 로봇이다.
주로 질병 부위에 약물을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사용된다.
나노로봇은 크기가 작아 기존의 모터를 이용한 추진 방식을 사용할 수 없다.
동력을 얻기 위해 대체 에너지원으로 빛, 소리, 자기력을 사용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
연구진은 소변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나노로봇으로 방광에 항암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외부 표면에 구멍이 많이 있는 다공성 입자인 실리카를 이용해 나노로봇을 만들고 외부에는 소변의 주요 성분인 ‘요소’와 반응하는 효소를 붙였다.
항암제 역할을 하는 요오드도 나노로봇에 결합해 방광암 조직을 공격하게 했다.
이렇게 만든 나노로봇을 방광암에 걸린 생쥐에게 투여하자 암 조직의 크기가 최대 90%까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뮤얼 산체스 IBEC 교수는 “방광암 환자는 일반적으로 6~14번의 치료를 받아야 얻을 수 있는 효과”라며
“방광암 치료 효율성을 높여 입원 기간과 치료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노로봇이 강한 항암 효과를 낼 수 있는 이유도 찾았다.
나노로봇이 추진력을 얻기 위해 요소를 분해하면서 산성도(pH)를 바꾸고 이로 인해 종양을 보호하는 ‘세포외 기질’을 분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상적인 세포는 벽처럼 뚫을 수 없지만 종양은 통과해 내부에 항암제를 축적한다는 것이다.
크리스티나 시모 IBEC 연구원은 “종양 조직에만 선택적으로 축적되는 나노로봇은 방사선 치료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치료효과는 좋지만 부작용 때문에 사용할 수 없었던 다른 항암제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노로봇 기술은 의료뿐 아니라 신소재, 환경과 같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다.
최근에는 나노로봇을 이용한 약물 전달 기반기술(플랫폼)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면서 시장 규모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업 이머전 리서치에 따르면 나노로봇의 전 세계 시장 규모는 2020년 61억2000만달러(약 8조원)에서
2028년 140억3000만달러(약 18조5300억원)로 2배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미 식품의약국(FDA)도 이미 2022년 나노로봇을 포함한 ‘나노의약품’ 규제안을 마련했다.
아직까지 나노로봇이 FDA의 허가를 받은 사례는 없으나 허가를 위한 기준은 마련돼 있는 셈이다.
나노로봇 상용화를 위한 기업들의 도전도 계속되고 있다.
미국의 바이오기업인 바이오넛랩스는 약물이 도달하기 어려운 뇌에 항암제를 전달하는 나노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1㎜의 비교적 큰 크기이지만, 위험한 수술 없이도 뇌암에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국내에서도 암 환자뿐 아니라 불임 치료, 장기 재생과 질병 진단에 나노로봇을 활용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