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자 실업급여 1년 만에 늘었다 RnD 예산 삭감 후폭풍
연구자 실업급여 1년 만에 늘었다 RnD 예산 삭감 후폭풍
美 장악한 반도체 장비 시장 원자층 식각 장비 개발하는 오스
생명과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A(35)씨는 최근 다니던 직장에서 퇴사 통보를 받았다.
경기도 성남에 있는 한 바이오 스타트업에서 연구원으로 3년째 일하던 중이었다.
이 회사는 세포치료제 원천 기술을 개발하면서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지만, 올해 정부가 연구개발(R&D) 예산을 삭감하면서 연구비가 빠르게 바닥을 드러냈다.
회사는 연구를 진행하던 파이프라인(신약 후보군) 하나를 포기하고 인력 구조조정에 나섰다.
A씨는 “회사가 추가 투자를 유치하려고 했지만 최근 투자업계 한파마저 겹치면서 사정이 어려워졌다”며 “우리뿐 아니라 주위에 기술 인력을 줄인 스타트업이 많다”고 말했다.
조선비즈가 고용정보원 고용행정통계를 집계한 결과,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자연·생명과학 연구직’이 수령한 실업급여가 351억413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 269억464만원 대비 30.6% 증가한 규모다.
전체 실업급여 지급액이 이 기간 4.7% 증가한 것과 비교해 자연·생명과학 연구직의 증가율이 훨씬 높다.
연구직 실업 증가. 바이오 분야에 집중
실업급여는 고용보험에 가입된 근로자가 실직했을 때 생계 불안을 극복하고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지급한다.
회사가 해고하거나 불가피한 사정으로 근무가 불가능할 때 지급하는 구직급여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외에는 취업촉진수당, 연장급여, 상병급여가 포함된다.
자연·생명과학 연구직은 한국고용직업분류상 ‘자연과학 연구원 및 시험원’과 ‘생명과학 연구원 및 시험원’으로 구성된다.
대부분 대학이나 연구기관, 바이오 스타트업 같은 중·소규모 기업에서 근무한다.
정부가 올해 R&D 예산을 10.9% 삭감하며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곳들이다.
자연·생명과학 연구직 종사자는 실업급여 총액과 함께 수급자격 신청자, 인정자, 실업급여 지급자, 건수도 크게 늘었다.
수급자격 신청자는 지난해 1월부터 7월까지 3290명에서 올해 4237명으로 28.8% 늘었다.
실업급여지급자는 1만7546명에서 2만21835명으로 24.4% 늘었다. 실업급여 지급건수도 1만9007건에서 2만3645건으로 24.4% 증가했다.
반면 전체 실업급여 지급 현황은 작년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수급자격신청자수는 0.1% 감소했고, 수급자격인정자수, 지급자, 지급건수는 각각 0.1%, 0.8%, 1.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연구직에 일자리 삭감이 집중된 것을 알 수 있다.
공학 분야도 실업급여 지급이 늘었다.
실업급여 지급액은 이 기간 정보통신(IT) 연구개발직 및 공학기술직에서 41.6%, 건설·채굴 연구개발직 및 공학직 46.8%, 제조 연구개발직 및 공학기술직 21.7% 늘었다.
다만 공학 분야는 직업 분류상 R&D를 수행하지 않는 시험원이나 기능직,
개발자가 대부분을 차지해 실업급여 증가가 R&D 예산 삭감의 영향을 직접 받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좀비 기업으로 지목돼 4000곳 연구비 삭감
정부는 지난해 정부 R&D 예산 삭감 기조를 발표하면서 과학기술계 카르텔(이익연합) 중 하나로 ‘좀비 기업’을 지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