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 나타난 신의 손 별이 태어나는 천지창조 순간
우주에 나타난 신의 손 별이 태어나는 천지창조 순간
르네상스기 거장인 미켈란젤로는 1512년 로마의 시스티나 성당 천장에 구약성서 이야기를 9개 장면으로 구현한 ‘천지창조’를 그렸다.
그중 가장 유명한 장면이 네 번째 ‘아담의 창조’이다. 하느님이 아담에게 손을 뻗어 막 손가락이 닿으려는 순간을 그렸다.
과학자들이 우주에서 미켈란젤로가 그린 듯 하느님이 손을 뻗은 모습을 포착했다.
신의 손은 천장화가 표현한 내용대로 세상을 창조하고 있었다. 손가락 부분이 우주 먼지와 가스 속에서 별이 탄생하는 구름이 만든 모습이기 때문이다.
별 만드는 가스와 먼지가 만든 신의 손가락
미국 국립과학재단(NSF) 광학적외선천문연구소(NOIRLab)는 최근 지구에서 1300광년(光年·1광년은 빛이 1년 가는 거리로
약 9조4600억㎞) 떨어진 CG 4 혜성형 구상체 사진을 공개했다. 구상체는 우주 먼지와 가스로 이뤄진 천체로 별이 탄생하는 영역이다.
이 중 혜성형 구상체는 둥근 머리와 꼬리를 갖고 있어 혜성이란 이름이 붙었다.
하지만 태양 주위를 긴 타원 궤도로 도는 천체인 혜성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CG 4는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에 나오는 모습과 흡사해 ‘신의 손’이란 별명으로 더 유명하다.
머리 부분은 지름이 1.5광년이고 꼬리는 8광년에 이른다.
1972년 호주의 천문대에서 처음 발견했지만, 당시 찍은 사진은 너무 희미해서 지금과 같은 모습을 보지 못했다.
먼지로 뒤덮인 꼬리 부분이 대부분 빛을 차단하기 때문이다.
NOIRLab 연구진은 칠레의 산 정상에 있는 세로 톨로 미주 천문대에서 암흑에너지카메라(DECAm)로 신의 손을 관측했다.
연구진은 카메라에 장착한 수소 필터 덕분에 CG 4 머리 부분의 테두리에서 전기를 띤 수소 이온이 내는 붉은 빛을 포착할 수 있었다.
이 빛은 수소가 근처에 있는 거대한 별에서 에너지를 받았을 때 나온다.
신이 뻗은 손가락 부분은 근처에 있는 거대한 별에서 나오는 방사선에 점점 깎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태양 크기의 별이 탄생하기에 충분한 가스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누가 깎았을까, 초신성 폭발 대 항성풍
CG 4가 어떻게 독특한 모양을 갖게 됐는지는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천문학자들은 두 가지 가능성을 제시했다.
첫 번째 아이디어는 북반구 별자리인 거문고자리에 있는 고리 성운처럼 원래 구형 성운이었다가
근처에서 별의 마지막 단계인 초신성 폭발이 일어나면서 그 충격으로 파괴되면서 잔재가 긴 꼬리를 이뤘다는 것이다.
두 번째 아이디어는 근처에 있는 뜨겁고 거대한 별에서 고에너지 입자의 흐름인 항성풍(恒性風)과 방사선이 뿜어져 나와 혜성형 구상체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바위가 바람에 깎여 기묘한 모습을 보이는 것과 같은 원리다.
실제로 CG 4가 포함된 껌 성운(Gum Nebular)에서 발견된 혜성형 구상체 31개는 꼬리가 모두 성운의 중심을 향하고 있다.
껌 성운 중심에는 항성풍과 방사선을 뿜어내는 별의 잔재가 있다.
CG 4는 남반구에 있는 별자리인 고물 자리에 있다. 고물은 배의 끝부분이다.
원래 이 별자리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아르고호(號)의 이름을 딴 아르고 자리의 끝부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