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 220개 길이 사상 최대 블랙홀 제트
은하 220개 길이 사상 최대 블랙홀 제트
블랙홀이 방출한 제트 가운데 역대 가장 큰 규모가 관측됐다.
은하 220개를 합친 크기로, 우주에서 가장 큰 물체를 찾은 것과 같다.
미국 캘리포니아 공대(칼텍)가 주축이 된 국제 공동 연구진은 ‘포르피리온(Porphyrion)’이라고 이름을 붙인
블랙홀 제트를 관측했다고 19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포르피리온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한 거인인 기간테스 중 한 명이다.
연구진은 전파망원경인 로파(LOFAR)를 이용해 지구에서 약 73억광년(光年·1광년은 빛이 1년 가는 거리로
약 9조4600억㎞) 떨어진 곳에서 블랙홀 제트를 관측했다.
로파는 유럽 각지에 있는 전파망원경 관측 데이터를 결합하는 프로젝트로, 지름이 1000㎞에 달하는 거대한 전파망원경과 같은 효과가 있다.
블랙홀은 별이 마지막 단계에서 폭발하고 극도로 수축한 천체를 말한다.
사물을 끌어당기는 힘인 중력이 엄청나게 강해 ‘검은 구멍’이란 뜻의 영어 이름처럼 빛조차 빠져나오지 못한다.
하지만 블랙홀이 물질을 빨아들이면 강력한 자기장이 생기면서 일부가 블랙홀 밖으로 뿜어져 나온다. 바로 이번에 관측한 제트이다.
이번에 관측된 블랙홀 제트 한 쌍은 역대 가장 큰 규모다.
길이가 2300만 광년에 달한다.
우리 은하 220개를 붙여놓은 크기다.
지금까지 발견된 거대 제트는 우리 은하 10개에서 100개 합친 수준이었다.
연구에 참여한 영국 하트퍼드셔대의 마틴 하드캐슬 교수는 “제트를 하나의 물체로 본다면 우주에서
가장 큰 물체를 찾은 셈”이라며 “블랙홀과 우주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바꿀 수 있는 발견”이라고 말했다.
이번 제트의 나이는 63억년이다. 우주가 138억년 전에 탄생했으니 우주 나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연구진은 이렇게 거대한 제트가 만들어지려면 블랙홀이 10억년에 걸쳐 매년 태양에 해당하는 양의 물질을 빨아들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래야만 블랙홀에 빨려들어가는 물질 중 일부가 블랙홀의 자기장에 의해 뒤틀리면서 제트를 형성하기 위해 우주로 날아가 지금의 제트를 만들 수 있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번 발견은 거대한 제트 시스템이 젊은 우주의 은하 형성에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영향을 미쳤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연구진은 포르피리온이 기존의 우주에 대한 이론을 여럿 바꿀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포르피리온이 멀리까지 확장돼 다른 영역에 에너지와 자기장을 주입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다른 은하의 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말이다.
하드캐슬 교수는 “자기장을 아주 작은 규모에서 큰 규모로 운반하는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