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 의해 멸종한 도도새는 인간에 의해 부활할까
인간에 의해 멸종한 도도새는 인간에 의해 부활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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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5년 영국 옥스퍼드대에 23세의 수학과 교수 찰스 럿위지 도지슨이 부임했다.
사회성이 떨어졌던 도지슨이 가장 좋아하는 일은 학장 헨리 리들의 어린 자녀들과 노는 것이었다.
1862년 도지슨은 아이들과 템스강에서 보트 놀이를 하며 직접 만든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이 등장했고, 도지슨이 가장 아낀 일곱 살 여자아이 앨리스가 주인공이 됐다.
몇 년 뒤 도지슨은 루이스 캐럴이라는 필명으로 이 이야기를 출간한다.
성경과 셰익스피어 작품 다음으로 많이 인용되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탄생이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도지슨은 자신을 도도(Dodo)라는 새로 등장시킨다.
초판 삽화에서 도도는 커다란 부리와 작은 날개가 달린 기괴한 모습으로 표현됐다.
도지슨이 옥스퍼드대 박물관에서 앨리스와 함께 본 도도 표본에 상상을 덧붙인 것이다.
책이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되고 디즈니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면서 도도도 유명해졌지만, 살아있는 도도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1662년 이미 멸종했기 때문이다.
도도는 인도양의 외딴섬 모리셔스에만 서식했다.
울창한 숲에서 천적 없는 삶을 살던 도도는 1507년 포르투갈 선원들이 모리셔스에 도착하면서 전혀 다른 처지가 된다.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없던 도도는 선원들의 식량이 된 것은 물론 함께 상륙한 개, 돼지, 고양이, 원숭이, 쥐에게도 시달렸다.
불과 한 세기 만에 도도는 지구에서 영원히 사라졌다.
과학계에서는 도도를 인간이 직접 멸종시키고, 그 과정을 실시간 목격한 최초의 생물로 꼽는다. 도도의 비극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뒤뚱거리면서 걷고 날지도 못했으며, 멍청하고 쉽게 잡혔다는 기록으로 인해 ‘쓸모없는 생물’의 대명사가 됐다.
도도라는 이름 자체가 포르투갈어로 ‘멍청한’이라는 의미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이런 도도의 이미지가 잘못 만들어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옥스퍼드대 자연사 박물관 연구팀은 국제 학술지 ‘린네 동물학 저널’에 “도도는 강력한 힘줄을 가지고 있었으며, 숲속을 빠르게 움직였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은 1598년 이후 도도를 언급한 기록 수백 건을 분석하고 영국 전역 박물관에 있는 도도새 표본을 분석했다.
그 결과 따오기를 비롯한 다른 새들이 도도로 잘못 분류돼 있었고, 상당수 표본은 여러 새를 합성한 것으로 밝혀졌다.
도도가 확실한 표본을 별도로 살펴보자 오늘날 산이나 들에서 걷거나 뛰어서 살아가는 조류와 신체 구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연구팀은 “한 번에 하나만 낳는 도도의 알을 가축들이 잡아먹은 데다,
사람들이 나무를 벌채하면서 숲이 사라진 것이 도도의 멸종을 부추겼다”면서 “단순히 도도가 멍청해서 사라진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도도를 과거로 보지 않는 과학자도 있다.
1999년 옥스퍼드대 박사 과정에 입학한 베스 샤피로는 도도를 연구 과제로 삼았다.
영화 쥬라기 월드처럼 도도를 복원하는 것이 그의 소망이었다.
샤피로는 현재 UC 샌타크루즈 교수이자 생명공학 기업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 최고과학책임자이다.
콜로설은 지난해 도도를 되살리는 ‘탈멸종(de-extinct)’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도도의 친척인 니코바르비둘기에게서 줄기세포를 채취한 뒤, 유전자 가위로 도도 유전자처럼 편집해 대리모 새가 낳게 하는 식이다.
샤피로는 도도의 게놈(유전체) 전체를 코펜하겐 박물관 도도 표본에서 얻었다고 밝혔다.
전망은 엇갈린다. 도도와 니코바르비둘기가 공통 조상에서 갈라져 진화하기 시작한 것이 4300만년 전인 만큼 편집할 유전자도 많다.
탄생한 생명체가 진짜 도도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의견도 있다.
콜로설은 시간의 문제일 뿐 모두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콜로설은 매머드, 태즈메이니아호랑이 같은 멸종 동물을 복원하는 것은 물론 바키타돌고래, 북부흰코뿔소 같은 멸종 위기종 보전에도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