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차(茶)는 뿌리부터 다르다 질소 흡수 미생물이 풍미 좌우
좋은 차(茶)는 뿌리부터 다르다 질소 흡수 미생물이 풍미 좌우
차(茶)의 품질을 알려면 잎보다 뿌리를 봐야 한다.
과학자들이 차 맛은 뿌리에 사는 박테리아에 좌우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앞으로 사람 뱃속에 사는 장내 세균을 도와 건강을 챙기듯, 차나무 뿌리의 박테리아를 바꿔 척박한 땅에서도 비료를 덜 쓰고 맛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고품질 차는 뿌리에 사는 미생물 달라
중국 푸젠 농림대의 통다 쉬(Tongda Xu) 교수 연구진은 16일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차의 풍미는 차나무 뿌리에서 발견되는 미생물의 집합에 달려 있음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차나무 뿌리에 사는 미생물들을 바꿔 차 맛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
연구진은 소화기관에서 공생(共生)하는 장내 세균이 사람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차나무 뿌리가 영양분을 흡수하는 데
도움을 주는 토양 미생물도 차 맛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했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 중국 푸젠성에서 자라는 차나무(학명 Camellia sinensis) 품종 17가지를 분석했다.
실험 결과 특정 토양 미생물이 뿌리에서 테아닌(theanine)이라는 아미노산을 더 많이 만들도록 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테아닌은 차에 풍부하고 감칠맛 나는 맛을 더해준다. 항산화, 항염증 작용을 하며 카페인의 각성 효과도 상쇄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테아닌이 많은 차를 마시면 맛은 물론, 건강이 좋아지고 진정 효과도 볼 수 있다는 말이다.
이번에 분석한 17가지 품종 중 특히 루구이(Rougui)라는 차나무 품종에서 테아닌 수치가 높았다.
연구진은 토양에서 테아닌 생성에 도움을 주는 미생물 21종을 찾았다.
이 미생물들은 차나무 뿌리가 질소가 함유된 암모늄 이온을 더 많이 흡수하도록 돕는다.
덕분에 테아닌도 더 많이 생성된다.
연구진이 만든 미생물 군집은 루구이 품종의 차나무 뿌리에서 발견되는 미생물들과 흡사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차 맛 높이는 프로바이오틱스
우리 몸에 사는 장내 세균은 소화 기능은 물론 뇌를 포함해 다양한 장기의 건강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람들이 먹는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몸에 좋은 세균)는 이런 장내 세균의 기능을 돕기 위해 몸에 보내는 우군(友軍)과 같다.
연구진은 같은 방법을 차나무에 적용했다. 테아닌 합성을 돕는 미생물 군집인 SynCom21을 다른 품종의 차나무 뿌리에 투여했다.
그러자 질소가 부족한 땅에서 자란 차나무에서도 테아닌 수치가 높아졌다.
차나무는 다른 식물보다 질소를 더 많이 소비한다. 그렇다고 질소 비료를 많이 주면 차 향기가 나빠진다.
연구진은 이번에 만든 맞춤형 미생물 군집을 이용하면 비료 사용량을 줄이고도 차 품질을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다른 작물도 뿌리에서 미생물 우군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연구진은 생명과학 실험에 가장 많이 쓰는 식물인 애기장대(Arabidopsis thaliana)에도 SynCom21 미생물 군집을 투여했다.
역시 뿌리의 암모늄 흡수량이 늘었다. 푸젠 농림대의 쉬 교수는 “SynCom21의 암모늄 질소 흡수 촉진
기능이 다양한 작물에 적용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이를테면 단백질 함량이 높은 고품질 쌀을 재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