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파로 북한 지하 핵실험 잡는다
지진파로 북한 지하 핵실험 잡는다
호주 과학자들이 지하에서 비밀리에 이뤄지는 핵실험을 정확하게 포착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북한의 지하 핵실험을 포착하는데 어려움을 겪은 한국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마크 호가드 호주국립대 지구과학과 연구원 연구진은 지진파 데이터를 활용해 기존 방식보다 지하 핵실험을 더 정확히 식별하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7일 밝혔다.
핵무기 실험은 1960년대 쿠바 미사일 위기와 부분적 핵실험 금지 조약을 거치며 대부분 지하로 옮겨갔다.
지상에서 지하로 바뀌면서 방사성 낙진과 같은 오염 위험은 없어졌지만, 지하 테스트 과정에서는 지진파가 발생한다.
1950년대 말부터 지진계를 이용해 지하 핵실험 여부를 판단하는 기술이 나왔다.
일반적으로 자연 지진은 단층이 서로 밀고 당기면서 지진파의 진행 방향과 진동 방향이
같은 P파(primary wave)에 이어 진행 방향과 진동 방향이 수직인 S파(secondary wave)가 모두 생긴다.
반면 핵실험에 의한 인공지진은 핵폭발의 중심에서 지진파가 퍼져 자연 지진과는 달리 P파가 크게 잡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자연 지진은 단층 방향을 따라 지진파가 퍼지지만, 인공 지진은 깊이가 얕은 진원에서 고르게 퍼져나간다.
그러나 때에 따라 인공 지진의 특성이 변해 자연 지진과 인공 지진을 구별하는 것이 어려워지기도 한다.
2010년 북한의 핵실험장인 풍계리 인근에서 발생한 규모 1.5의 지진을 두고 일부 전문가들은 핵실험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 뒤 6년이 지난 2016년 미국 컬럼비아대 연구진이 핵실험이 아니라 자연 지진이라는 결론을 발표했다.
이처럼 지진파 데이터는 불확실성이 높아 음파나 방사성 핵종을 탐지해 핵실험 여부를 파악한다.
이에 연구진은 자연 지진과 지하 핵실험을 지진파만으로 구별하기 위해 수학과 고급 통계 처리 기반의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했다.
지상에서 지하로 바뀌면서 방사성 낙진과 같은 오염 위험은 없어졌지만, 지하 테스트 과정에서는 지진파가 발생한다.
이 시스템으로 미국에서 진행한 140건의 폭발 실험 데이터를 분석하자 99%의 성공률로 지하 핵실험이라 판단했다.
북한에서 2006년부터 2017년까지 진행한 여섯 번의 지하 핵실험을 모두 구별하기도 했다.
호가드 연구원은 “위성과 같은 새로운 시스템을 설치할 필요 없이 표준 지진 데이터만으로도 구별할 수 있다”며
“반응 속도가 빨라 실시간 모니터링에도 어느 정도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부 지역에서는 은밀하게 진행하는 지하 핵실험이 여전히 있을 수 있다”며
“지진이 빈번해 각 사건을 조사해 지하 핵실험으로 의심할 수 있는지 판단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