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돌사고 없는 박쥐 떼 바로 앞만 본다
충돌사고 없는 박쥐 떼 바로 앞만 본다
2035년 가동할 한국형 GPS 대수술 위성도 복합 운영
수천 마리의 박쥐가 좁은 동굴에서 동시에 쏟아져 나와도 서로 부딪히지 않는 이유가 밝혀졌다.
각자 길을 찾느라 내는 초음파들이 섞이는 음향 간섭 속에서 충돌을 피하기 위해 가장 가까운 개체에만 집중하는 전략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로 앞 친구만 피하는 방법으로 모두가 충돌 사고를 회피할 수 있다는 말이다.
독일 막스 플랑크 동물행동연구소와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히브리대 공동 연구진은 “박쥐가 고밀도 군집 환경에서도 충돌을 피하기 위해
고주파 초음파를 내며 가장 가까운 개체를 감지하는 전략을 사용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지난 1일 국제 학술지인 ‘미국 국립과학원회보에 게재됐다.
눈이 퇴화한 박쥐는 장애물이나 먹잇감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반향정위(echolocation)를 사용한다.
입으로 초음파를 내고, 그 소리가 주변 물체에 부딪혀 되돌아오는 반사음을 해석해 주변을 인식하는 방식이다.
김선숙 국립생태원 선임연구원은 “박쥐는 되돌아오는 소리의 정보를 통해 머릿속에 일종의 ‘소리로 그린 그림’을 형성해
공간 전체를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며 “거리, 질감, 방향, 속도까지 동시에 파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박쥐가 떼로 날아오를 때 발생한다.
수많은 박쥐가 동시에 초음파를 내면 서로의 소리가 간섭을 일으켜, 반사음을 정확히 구분하기 어렵다.
이처럼 중요한 정보를 다른 소리에 묻혀 놓치는 상황은 ‘칵테일파티 딜레마’로 불린다.
시끄러운 연회장에서 누군가의 말소리를 골라내기 어려운 상황에 빗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비행 중 박쥐 간 충돌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연구진은 박쥐 떼에서 충돌 사고가 없는 이유를 분석하기 위해 이스라엘 훌라 계곡에 서식하는 큰생쥐꼬리박쥐를 대상으로 2년에 걸쳐 실험을 진행했다.
수십 마리의 박쥐에 위성항법시스템(GPS) 추적기와 초소형 초음파 마이크를 부착해 동굴에서 날아오르는 순간부터 초 단위로 움직임과 음향 정보를 기록했다.
분석 결과, 동굴 출구 약 3m 구간에서는 박쥐의 반향 중 약 94%가 다른 박쥐의 소리에 의해 간섭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불과 5초 만에 박쥐들은 부채꼴 형태로 퍼지며 집단 구조를 유지했고, 동시에 더 짧고 약하며 높은 주파수의 초음파를 내는 전략으로 간섭을 줄였다.
이처럼 초음파의 길이와 주파수를 조절하면, 감지 범위는 줄어들지만 가까운 대상에 대한 정보는 더 선명해진다.
핵심은 박쥐가 자신과 가장 가까운 동료에만 집중하는 것이었다.
각자 바로 앞 동료와 충돌을 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각자 간격이 넓어지며 박쥐 떼 모양이 부채꼴로 퍼진다.
오메르 마자르 텔아비브대 연구원은 “박쥐의 입장에서 간섭으로 인해 대부분의 정보를 놓치더라도, 가장 가까운 개체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