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가 남긴 블랙카본 남극 빙하 위협한다
크루즈가 남긴 블랙카본 남극 빙하 위협한다
지난 3월 유명 여행 유튜버 빠니보틀과 방송인 노홍철의 남극 여행기가 큰 화제였다.
빠니보틀과 노홍철은 남극 지방을 탐험하는 크루즈를 타고 여행했고, 남극의 생생한 풍경은 큰 인기를 모았다.
하지만 남극 크루즈가 극지 여행을 돕지만 환경에는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주립대와 칠레 남극연구소, 미국 메인대를 포함한 국제 연구진은 2003~2008년 남극 반도 북부에
축적된 검댕 같은 블랙 카본이 남반구 화재나 대형 관광선에서 나왔다는 연구 결과를 17일 발표했다.
연구 결과는 이날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공개됐다.
블랙 카본은 화석 연료를 태울 때 나오는 미세한 탄소 입자다.
원래 남극 빙하는 백색으로 태양에서 오는 빛을 반사한다.
블랙 카본이 쌓이면 표면이 검게 변하면서 햇빛을 반사하는 비율이 낮아진다.
결과적으로 블랙 카본이 남극 빙하에 전달되는 태양 에너지를 늘려 얼음이 빠르게 녹는다.
이 때문에 블랙 카본은 지구온난화의 또 다른 주범으로 꼽힌다.
연구진은 남극 반도 북부 디트로이트 고원에서 20m 길이의 빙하 시료를 채취해 관광선에서 연료를 태울 때 나오는 블랙 카본이 얼마나 있는지 분석했다.
동시에 2003년 봄부터 2008년 겨울까지 위성 데이터를 활용해 남반구 화재로 인한 블랙 카본 축적량을 계산했다.
관광선과 화재의 영향을 동시에 분석한 건 처음이다.
분석 결과, 남극의 블랙 카본 농도는 전반적으로 다른 대륙보다 낮았다.
하지만 남극 반도 북부와 같은 관광 명소에서는 농도가 다른 곳보다 매우 높게 나타났다.
특히 남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 남부에서 화재가 자주 발생하는 9월과 관광선이 증가하는 10월에 블랙 카본 축적량이 크게 늘었다.
연구진은 남극 반도 북부에서 채취한 빙하 시료에서 부탄과 아세톤, 벤젠처럼 연료를 태울 때 나오는 석유성 유기 화합물도 발견했다.
블랙 카본 외에 남극 근처의 관광 활동으로 인해 나온 오염 물질들도 쌓인 것이다.
뉴턴 마갈랴에스 리우데자네이루 주립대 연구원은 “이번 연구 결과는 남극 반도의 환경 영향을 줄이기 위해 중요하다”며
“남극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 마련에 중요한 과학적 근거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블랙 카본은 북극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 기후 위기로 북극의 일부 항로가 개방되면서 선박 운송이 증가했고, 이로 인해 블랙 카본의 양이 급증했다.
2015년부터 2019년 사이 블랙 카본 축적량이 기존 대비 85% 늘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29년부터 북극 내 중유 사용을 금지하기로 하고 블랙 카본을 줄여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