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 아니다 기후변화에 주목
한국도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 아니다 기후변화에 주목
“이전에는 미국, 일본, 뉴질랜드 같은 지각판 경계 지역에서 대형 지진이 자주 발생했다.
하지만 이제는 지진이 잘 일어나지 않았던 지각판 내부에서도 대형 지진의 위험이 커지고 있다.
지진학자들은 그 이유 중 하나를 기후변화라고 보고 있다.”
최진혁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활성지구조연구센터장은 지난 29일 오전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4 세계지질과학총회(IGC)’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이 말했다.
기후 변화 속도가 점차 빨라지는 가운데 한국도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라고 볼 수 없다는 의미다.
세계지질과학총회는 4년마다 열리는 지질학 분야의 국제 학술대회다.
올림픽과 개최되는 주기가 같아 ‘지질 올림픽’이라고 불린다. 부산에서 열린 올해 행사에는 121개국 지질학 연구자 7000여명이 참가했다.
이번 행사에서는 전 세계 지진학자들이 모여 지각활동 이외에 지진을 유발하는 제2의 원인을 찾기 위한 논의가 이뤄졌다.
지진은 섭입대라고 불리는 지각판 경계 지역에서 주로 발생한다.
지구 표면은 지각판 수십 개로 쪼개져 있다.
이 판들은 아주 느린 속도로 움직이면서 서로 충돌하거나 사이가 벌어지기도 한다.
지각판의 충돌로 인한 강한 충격은 지층에 파열을 일으키고 이로 인해 지진이 발생한다.
한국은 섭입대에 있는 일본과 가까우면서도 유라시아판 내부에 있어 지진 안전지대라고 여겨져 왔다.
다만 최근에는 크고 작은 지진이 늘면서 실제 피해가 발생하거나 국민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최 센터장은 “최근 한국과 몽골에서 진행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최근 대형 지진 발생에 대해 전 세계 지진학자들과 논의했다”며
“이제는 지각판의 움직임 외에도 새로운 요소가 지진 발생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데 의견이 모였다”고 설명했다.
동아시아의 지진 특성을 연구한 경험이 많은 프랑스 지진학자는 최근 대형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것은 오해라고 설명했다.
다만 기후 변화가 지진 발생 패턴을 바꾸고 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견을 함께 했다.
얀 클링거 프랑스 파리지구물리연구소 지각구조·역학팀장은 “지진 발생 패턴을 분석할 때는 특정 기간에 발생한 지진을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된다”며
“지각 활동은 긴 기간에 걸쳐 일어나는 만큼 오랜 시간 평균적인 패턴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앞으로 기후 변화가 지진 발생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기 위한 지질학 연구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클링거 팀장은 “가령 히말라야 지역에서는 계절에 따른 강수량 차이가 지반의 힘을 변화시키고 계절에 따른 지진 활동이
발생하는 것은 명확하다”며 “다른 지역에서도 기후 변화가 작은 규모의 지진에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 센터장은 최근 한국의 기후 변화와 지진 간 연관성을 찾는 연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북유럽처럼 빙하가 있는 곳에서는 이미 기후 변화로 지진이 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다수 있다”며
“한국처럼 위도가 낮거나 지각판 안쪽에 있는 지역에서는 이 같은 연구가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최 센터장은 “기후 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 지표·지하수의 특성 변화가 지진 활동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예측 불가능한 지진을 대비하는 데 기후 변화에 대한 연구는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클링거 팀장도 “지진 연구를 통해 지진이 언제 발생할지 예측은 할 수 없으나 위험성을 평가할 수는 있다”며
“다방면의 지진 연구는 지진 피해에 대비하고 위험성 관리에 필요한 단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