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벽돌 단층집에서 마포아파트까지 공영주택 발전사 한 눈에
흙벽돌 단층집에서 마포아파트까지 공영주택 발전사 한 눈에
44세 60세가 노화의 변곡점 생체분자 미생물 급격히 변한다
서울역에서 3시간 40분 남짓 KTX 열차를 타고 가면 진주역이 나온다.
지리산을 위에 둔 탓에 경부선을 타고 가다 밀양, 창원을 거쳐 돌아와야 해 거리에 비해 이동 시간이 길다.
우주항공청이 경남 사천에 생겼지만, 여전히 항공편은 선택지로 두기 어려울 만큼 운행 횟수가 적다.
진주역에서 차로 10분, 버스로 25분 정도 가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가 나온다.
LH는 공기업 지방 이전 정책에 따라 2015년 진주혁신도시로 본사를 옮겼다.
주소지는 진주시 충무공동. 충무공(忠武公)이라고 하면 흔히 이순신 장군을 떠올리지만 진주에서는 진주대첩의 영웅 김시민 장군을 일컫는 말이다.
바다에는 이순신, 육지에는 김시민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임진왜란 때 조선을 지킨 영웅이다.
서울에서 기차와 차로만 4시간이 걸리는 먼 길을 달려온 건 LH 본사에 있는 토지주택박물관 때문이다.
우리 주거건축문화와 토목건축기술을 테마로 한 전문박물관인 토지주택박물관은 1997년 경기도 분당에 처음 문을 열었고, 2015년 LH 본사 이전에 맞춰 진주로 내려왔다.
2022년에 1층에 주택도시역사관을 새롭게 만들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연탄 보일러와 수세식 화장실의 만남
토지주택박물관 1층 전시관에서는 한국전쟁 이후 지어진 영단주택과 마포아파트를 시작으로 한국을 ‘아파트 공화국’으로 만든 아파트 발전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한국은 2020년 기준 전체 주택 1850만호 가운데 63%인 1160만호가 아파트다.
전체 주택 3채 중 2채가 아파트인 셈. 단독주택은 389만호, 다세대주택은 223만호에 불과하다.
1980년만 해도 단독주택이 465만호, 아파트가 37만호였지만, 40년 만에 아파트가 대한민국을 장악했다.
그 출발은 1962년 준공한 서울 마포아파트다.
LH의 전신인 대한주택공사가 1962년 마포형무소 농장 부지를 구입해 건설한 마포아파트는 말 그대로 아파트 시대의 도래를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
그 전에도 아파트는 있었지만 마포아파트는 국내 최초의 단지형 아파트라는 점에서 아파트 공화국의 출발점으로 부를 만 하다.
Y자형 주거동이나 방과 거실, 부엌, 베란다, 수세식 화장실이 구비된 구조, 온돌방을 제외한 바닥에 인조석을 깔고
욕실 천장에 페인트칠을 하는 등 여러 면에서 현대적인 아파트의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마포아파트는 근대와 현대가 공존하는 아파트였다.
처음에는 오늘날 아파트처럼 중앙난방과 엘리베이터까지 계획했지만, 예산 부족으로 포기했다.
10층을 6층으로 낮추고, 중앙난방식을 연탄 보일러식으로 바꿨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낭비라는 비판에 연탄 보일러식을 택했다.
대한주택공사는 일반 단독주택이 아닌 아파트에 맞는 새로운 연탄 보일러가 필요했다.
지금의 귀뚜라미보일러인 신생보일러공업사가 마포아파트에 맞는 연탄 보일러를 만들어 납품했다.
전시관에는 귀뚜라미보일러가 복원한 마포아파트의 연탄 보일러를 직접 볼 수 있다.
수세식 화장실 설치도 반대가 많았다고 한다. 마실 물도 부족한데 웬 수세식 화장실이냐는 말이 나왔다.
서울시 수도국이 앞장서서 반대했다. 하지만 수세식 화장실은 계획대로 설치됐다.
화장실만큼은 지금의 주택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는 이유다.
이외에도 마포아파트는 단지 안에 정원과 상가, 놀이터, 경로회관, 관리사무소를 조성해 현대적인 아파트의 모습을 갖췄다.
전시관에는 당시 마포아파트의 집 내부를 모델하우스처럼 재현해 놨다.
전시관은 1991년 재건축을 위해 마포아파트가 철거될 당시 가져온 다양한 건축자재를 전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