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가 만든 해녀의 특권 추위와 고혈압에 강한 몸의 비밀

유전자가 만든 해녀의 특권 추위와 고혈압에 강한 몸의 비밀
유전자가 만든 해녀의 특권 추위와 고혈압에 강한 몸의 비밀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의 글로벌 성공에는 제주 해녀들의 독특한 매력이 큰 역할을 했다.
주인공 애순(아이유 분)의 어머니와 이모들이 해녀로 등장하며 그들의 삶이 자연스럽게 드라마에 녹아들었고
이로 인해 제주 해녀 문화에 대한 관심이 전 세계적으로 높아졌다.
실제로 드라마가 인기를 얻은 후 제주를 찾아 해녀 체험을 해보고자 하는 외국인 관광객도 급증하고 있다.
해녀들의 특별한 생존 기술은 과학자들의 흥미를 자극하기도 했다.
미국 유타대학교의 멜리사 일라도 교수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제주 해녀들의 뛰어난 잠수 능력이 단순한 훈련의 결과뿐만 아니라 유전적인 특성과도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연구는 UCLA, UC버클리, 코넬대학교, 덴마크 코펜하겐대학교, 서울대학교 연구진의 협력으로 진행되었고, 국제 학술지 ‘셀 리포츠’에 게재되었다.
제주 해녀들은 어린 시절부터 잠수 훈련을 시작해 평생 잠수를 생업으로 삼는다.
심지어 임신 중에도 작업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 연구팀은 제주 해녀들의 고유한 잠수 능력이 장기간의 훈련과 유전자 적응의 결합으로 형성되었다고 분석했다.
이를 규명하기 위해 제주 해녀 30명, 비해녀 30명, 서울 거주자 31명을 대상으로 생리적 특성과 유전체를 비교 연구했다.
특히, 연구 참가자들의 평균 연령은 65세로 설정하고, 해녀 그룹은 최소 3대째 가업으로 해녀 일을 이어온 집안 출신들로 선정했다.
연구의 첫 단계는 참가자들에게 찬물에 얼굴을 담그고 숨을 참는 모의 잠수 실험이었다.
이는 실제 잠수와 유사한 신체 반응을 관찰할 수 있는 안전한 방식이다.
실험 결과, 모든 참가자의 심박수가 감소했으나 해녀들에게서 더욱 두드러진 결과가 나타났다.
해녀 그룹은 평균 18.8bpm(분당 심박수)이 감소했으며, 비해녀 그룹에서는 12.6bpm이 감소했다.
이는 심박수 감소가 에너지 보존과 산소 효율성에 유리하다는 점에서 중요한 생리적 차이를 시사한다.
추가적인 유전자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제주 해녀와 비해녀는 동일한 집단에 속했으므로 이러한 생리적 차이는 훈련의 산물로 볼 수 있었다.
일라도 교수는 해녀들이 오랜 훈련을 통해 더 효과적으로 심박수를 낮출 수 있도록 신체를 적응시켜 왔다고 설명하며
어떤 해녀는 15초 만에 심박수가 40bpm 이상 감소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흥미롭게도 연구는 제주 주민과 한국 본토인 사이에서 유전자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도 확인했다.
첫 번째 차이는 추위에 견디는 능력과 관련된 유전자 변이였으며, 이는 서울 거주자에게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두 번째 차이는 이완기 혈압 조절과 관련된 유전자 변이로, 제주 지역 참가자들 중 약 33%가 해당 변이를 보인 반면 서울 거주자는 7%에 불과했다.
연구진은 제주 해녀들이 임신 중에도 잠수를 지속했던 환경적 요소가 자연선택을 통해 자간전증 예방과 같은 효과를 가진 유전자 변이를 강화했을 것이라 추정했다.
자간전증은 임신 후기 산모와 태아에게 큰 위협이 되는 고혈압성 질환이다.
일라도 교수는 임신 중 잠수가 고혈압성 합병증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지만, 해녀들에게는 이를 완화하는 유전적 적응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학계는 제주 주민과 본토 주민 간의 유전적 분화가 약 5000~7000년 전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는 제주 해녀들의 숨 참기 잠수가 세대를 거쳐 주민들의 생리적·유전적 특성에 영향을 미쳤음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일라도 교수는 이러한 유전 연구가 임신성 고혈압 장애나 뇌졸중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