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자리 지킨 만리장성 이끼가 떠받치고 있었다
2000년 자리 지킨 만리장성 이끼가 떠받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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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만리장성이 2000년 가까이 잘 보존되고 있는 것은 성벽 곳곳을 덮고 있는 이끼의 보호 작용이 큰 역할을 했을 것이란 연구 결과가 나왔다.
중국과학원과 중국농업대, 미국 노던애리조나대 연구팀은 9일 오랜 기간 만리장성의 상당 부분을 덮고 있는 이끼와 남세균,
지의류 같은 식물과 미생물로 이뤄진 얇은 층이 성벽의 안정성을 높이고 비와 바람에 따른 침식작용을 막는데 도움이 됐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기원 전 전국시대 초나라가 짓기 시작한 만리장성은 동쪽 산하이관에서 서쪽 자위관까지 동서로 길게 뻗어 있는 거대한 성벽이다.
지도상 연장길이는 2700km, 중간에 갈라진 지선을 포함하면 5000~6000km에 이른다.
서쪽 건조한 지역에서는 흙과 자갈을 압축해 건설 자재로 썼는데 이 때문에 바람과 비에 쉽게 침식될 뿐 아니라 기후 변화로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
지금까지는 성벽을 보존하기 위해 토성(土成)의 성벽을 파고드는 이끼와 조류를 제거해야 한다는 견해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 연구로 이들로 이뤄진 얇은 층인 바이오 크러스트가 만리장성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졌다.
연구진은 만리장성 중 건조한 기후 지역에 지은 600km에 이르는 성벽 상태를 조사했다.
만리장성에 여러 토양이 쌓여있는 적층토(積層土) 중 바이오 크러스트가 덮여있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벌거벗은 토양’ 부분을 비교하고 여기서 떼어낸 바이오 크러스트를 실험실에서 분석했다.
명나라 시대 축조한 8개 구역에서 성벽의 구조 안정성을 살펴본 결과 표본의 67.1%에서 바이오 크러스트가 발견됐다.
바이오 크러스트는 단일 종이 아니라 지역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우세종으로 구성됐고 기후와 구조 유형에 따라 식물과 미생물 종류의 구성비가 달랐다.
건조한 기후에서는 남조류가 우세종이었던 반면, 반건조 기후에서는 이끼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종에 상관 없이 바이오 크러스트는 공통적으로 만리장성의 기계적 강도와 토양 안정성을 크게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바이오 크러스트가 형성된 토양은 벌거벗은 토양에 비해 압축 강도와 침투 저항, 전단 강도에서 성벽을 유지하는 데 더 나은 수치를 나타냈다.
전단 강도는 흙이 미끌어져 무너지는 힘에 대항하는 저항력을 뜻하는데 미끄러지는 힘보다 작을 경우 성벽은 무너지게 된다.
분석 결과 바이오 크러스트의 보호 기능은 장벽보다 요새 지역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요새에서 바이오 크러스트 압축강도는 장벽 구역보다 1.6배 높았고, 전단 강도는 12.6% 높았다.
바이오 크러스트는 또 바람과 비, 온도 변화로부터 성벽이 침식되지 않도록 지켜주는 일종의 보호막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끼와 미생물들이 지반의 작은 구멍을 조절해 침식에 대한 저항력을 높여준 것이다.
요새를 지탱하는 지역에서는 수분을 22.6% 떨어뜨려 성벽이 장기적이고 지속적으로 유지되도록 기여한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바이오 크러스트가 토양의 기계적 안정성을 높이고 침식을 줄이는 데 기여하는 방식으로 건조한 기후에서 만리장성 보존에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이번 연구는 학술적인 의미를 인정 받아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8일(현지 시각) 소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