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여년 전 사람 발자국 빙하기부터 北美에 인류 살았다
2만여년 전 사람 발자국 빙하기부터 北美에 인류 살았다
별이 행성 집어삼킨 흔적 찾았다 수십억년 뒤 지구도 같은 운명
인류가 2만 년 전 빙하기부터 아메리카대륙에 살았다는 증거가 나왔다.
지금까지 인류가 아메리카대륙으로 이주했다고 생각한 것보다 수천 년 이른 시기여서
인류 이주 시기뿐 아니라 경로를 다시 봐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미국 지질조사국의 제프리 피가티(Jeffrey Pigati), 캐서린 스프링거(Kathleen Springer) 박사 연구진은 지난 6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미국 뉴멕시코주 화이트 샌드 국립공원에서 발견한 인류 발자국이 2만3000~2만1000년 사이에 만들어졌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시기는 마지막 빙하 최대기로, 고고학자 대부분이 인류가 아메리카대륙에 도착했다고 생각했던 시기보다 최소 5000년 전이다.
수생식물 대신 육상 식물 꽃가루 분석
화이트 샌드 국립공원은 지금은 사막이지만 수만 년 전에는 호수가 있었다.
이때 호숫가를 지나던 사람과 동물들이 진흙에 수천 개의 발자국을 남겼고, 시간이 지나면서 발자국이 흙에 묻혀 그대로 굳었다. 발자국 화석이 된 것이다.
앞서 미국 지질조사국과 국립공원관리청 연구진은 지난 2021년 사이언스지에 화이트 샌드 국립공원에서 나온 사람 발자국이 2만3000년에서 2만1000년 사이에 생성됐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당시 논문은 학계 비판에 직면했다. 당시 연구진의 연대 측정이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화석 연대 측정에는 주로 탄소동위원소를 사용한다. 동위원소는 원자번호는 같지만, 질량이 다른 것을 말한다.
유기물에 많은 탄소도 질량이 12와 14인 동위원소가 있다. 탄소14는 우주방사선이 대기와 반응해 만들어지며 일정 기간이 지나면 붕괴한다.
과학자들은 유기물에 포함된 탄소 14의 비율을 분석해 연대를 추정한다.
2021년 연구진은 발자국이 나온 지층에서 수생식물인 나사줄말(학명 Ruppia cirrhosa)의 씨앗을 추출해 연대를 측정했다.
문제는 수생식물은 물에서 탄소를 흡수할 수 있디는 점이었다.
오리건 주립대의 로렌 데이비스(Loren Davis) 교수 같은 과학자들은 나사줄말 씨앗에 있는 탄소가 식물보다 수천 년 더 오래된 인근 퇴적층에서 녹아 나왔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근거로 연대를 측정하면 발자국 나이를 실제보다 더 오래됐다고 착각하기 쉽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번에 발자국이 나온 퇴적층에서 7만5000여 개의 소나무 같은 침엽수의 꽃가루를 추출했다.
침엽수는 육상 식물이어서 탄소를 공기에서 흡수한다.
특히 침엽수 꽃가루는 앞서 연대 측정에 사용한 수생식물의 씨앗과 같은 지층에서 나와 연대를 직접 비교할 수 있었다.
꽃가루 연대는 나사줄말과 마찬가지로 2만3000년에서 2만1000년 전으로 나왔다.
발자국 연대는 같은 지층에서 나온 석영 입자로도 확인됐다.
토양에 있는 방사성 동위원소의 방사선은 석영이나 장석 같은 광물 입자에도 흡수된다.
여기에 빛을 가하면 남은 방사선량에 따라 발광(發光) 정도가 달라진다.
이를 통해 석영 입자가 마지막으로 햇빛에 노출됐던 시기를 알 수 있다.
연구진은 이와 같은 ‘광학 지극 발광(OSL)’ 연대 측정법으로 발자국이 있는 지층의 석영이 2만 1400년에서 1만 8000년 전 사이 땅에 묻혔음을 확인했다.
노르웨이 과학기술대의 연대 측정 전문가인 벤테 필립센(Bente Philippse) 교수는 이날 사이언스에 같이 실린 논평 논문에서
“꽃가루 입자는 오염 가능성이 있고 석영 발광 연대 측정도 불확실성이 크다”면서도
“개별 연대 측정 방법의 오류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이번 연구 데이터는 인류가 약 2만2000년 전에 아메리카대륙에 살았다는 사실을 강력하게 시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