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프린터로 찍어낸 심장이 뛰었다
3D프린터로 찍어낸 심장이 뛰었다
미래 세계를 그린 영화를 보면 환자가 프린터로 심장을 새로 찍어 교체하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가 현실이 될 날이 좀 더 가까이 왔다.
과학자들이 사람 세포로 살아 움직이는 심장을 인쇄하는 데 성공했다.
3D(입체) 프린터로 찍어낸 인공 심장은 환자에 이식하기 전에도 약물 효과를 검증하는 데 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독일 프리드리히 알렉산더대의 펠릭스 엥겔(Felix Engel) 교수 연구진은 최근 논문 사전출판 사이트인
바이오아카이브(bioRxiv)’에 “3D 프린터에 심장 세포를 넣어 스스로 움직이는 미니 심실(心室)을 인쇄했다”고 밝혔다.
이전에도 사람 세포로 인공 심장을 인쇄했지만, 이번에는 처음으로 박동까지 구현했다.
3D 프린팅 심장이 박동하기는 처음
심실은 심장 위쪽 심방(心房)에서 온 혈액을 온몸이나 폐로 보내는 곳이다.
부피로 보면 심장에서 가장 큰 부분이다.
연구진은 심장 근육세포에 콜라겐 단백질과 히알루론산을 섞은 ‘잉크’를 만들었다.
3D 프린터는 젤 속에 노즐을 넣어 심장 잉크를 주입해 심실 구조를 만들었다.
나중에 젤은 녹아 사라지고 높이 14㎜, 지름 8㎜ 풍선 모양의 심실만 남았다.
이는 실제 사람의 심실보다 6분의 1 크기이다.
연구진은 미니 심실이 인쇄된 지 일주일 후부터 뛰기 시작했고, 100일이 지나서도 계속 박동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환자가 자신의 세포로 이식 가능한 심장을 인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연구진은 이번에 다 자란 세포에 특정 단백질을 주입해 유도만능줄기세포(iPS세포)를 만들었다.
유도만능줄기세포는 다 자란 성체 세포를 발생 초기 상태로 되돌린 것을 말한다.
유도만능줄기세포는 수정란에 있는 배아줄기새포처럼 인체의 모든 세포와 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다.
독일 연구진은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심장 근육세포로 분화시켜 3D 프린터의 잉크에 넣었다.
환자 자신의 세포로 심장 구조를 만들어 나중에 이식해도 면역거부반응을 염려할 필요가 없다.
심장 전체 구조도 인쇄 성공
3D 프린터로 심장을 찍어낸 연구는 이전에도 있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연구진은 지난 2019년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에 “3D 프린터와 사람 세포를 이용해 심방,
심실과 함께 혈관까지 갖춘 체리 크기의 인공심장을 세계 최초로 찍어냈다”고 발표했다.
당시 연구진도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이용했다.
먼저 사람의 지방 조직에서 세포를 추출했다. 추출한 세포에 특정 유전자들을 집어넣어 유도만능줄기세포로 바꾸었다.
연구진은 유도만능줄기세포를 배양하면서 심장 박동을 일으킬 심근세포와 혈관이 될 내피세포 등 다양한 세포들로 자라게 했다.
이스라엘 연구진은 세포를 젤에 넣고 3D 프린터의 잉크로 사용했다.
3D 프린터는 세포가 담긴 잉크를 층층이 쌓아 높이 20㎜, 지름 14㎜의 심장을 인쇄했다.
당시에도 심근세포는 수축할 수 있었지만, 심장 자체가 박동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식하려면 혈관 구조까지 구현해야
과학계는 앞으로 연구가 발전하면 심장을 프린터로 찍어내는 일도 가능하다고 전망한다.
물론 상용화까지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인공 심장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심장에 있는 작은 혈관까지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심장에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할 수 있다.
엥겔 교수는 “다음 단계로 혈관 세포가 포함된 두 번째 잉크를 추가해 인공 심장 조직 내부에서 혈관이 성장하도록 하겠다”며
“바이오 잉크에 전기가 잘 통하게 하는 물질을 추가하면 심장 박동을 더 정확하게 재현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전에도 3D 프린터로 찍은 인공 심장은 실제 심장을 대체하기 전에 먼저 심장질환 치료 후보물질을 시험하는 데 쓸 수 있다.
실제로 이번인공 심실은 혈관을 수축시켜 심장 박동을 촉진하는 페닐에프린을 투여하자 더 빨리 뛰었다.
인공 심장이 약물에 실제 심장처럼 반응할 수 있음을 입증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