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0년 전 아라비아사막에는 지하 마을 있었다
7000년 전 아라비아사막에는 지하 마을 있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채널(NGC)이 2016년 방영한 과학(SF) TV 시리즈 ‘마스(Mars)’는 2033년 화성에 도착한 우주인들의 정착 과정을 그렸다.
우주인들은 천신만고 끝에 용암 동굴을 찾아 그 안에 첫 거주시설을 짓는다.
고대인이 드라마의 상상력을 뒷받침했다. 선사시대 인류도 과거 사막의 용암 동굴에서 수천 년 동안 안식처를 마련한 것으로 밝혀졌다.
과학자들은 인류가 지구 밖으로 나가면 역시 고대인처럼 용암이 흐르면서 생긴 지하 동굴을 찾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용암 동굴서 석기, 동물 벽화 나와
독일 막스 플랑크 지구인류학연구소의 휴 그로컷(Huw Groucutt) 박사와 호주 그리피스대의 매튜 스튜어트(Mathew Stewar) 박사 연구진은 지난 17일(현지 시각)
“사우디아라비아 북부의 사막에서 처음으로 용암 동굴 안에서 인간이 거주했다는 증거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실렸다.
용암 동굴은 화산이 폭발하면서 생겼다. 밖으로 분출된 용암은 곧 식어 굳었지만, 지하에는 여전히 뜨거운 용암이 만나는 모든 것을 녹이면서 흘렀다.
용암이 빠져나간 자리에는 거대한 빈 곳이 남는다. 바로 용암 동굴이다.
그로컷 박사가 이끈 국제 공동 연구진은 사우디아라비아 북서부에 있는 움 지르산(Umm Jirsan) 동굴을 탐사했다.
길이가 1.5㎞에 달하는 이 동굴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가장 큰 용암 동굴이다.
연구진은 그곳에서 최소 7000년에서 최대 1만년 전의 동물 뼈와 석기, 도기 등을 발견했다.
고대인들이 거주한 흔적을 찾은 것이다. 용암 동굴에는 양과 염소가 그려진 벽화도 있었다.
실제로 동굴에서 사람이 머물렀던 거주지와 함께 가축우리 흔적도 나왔다.
스튜어트 박사는 “이 동굴에 사람이 거주했다는 증거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고대인이 용암 동굴을 잠시 머무는 정거장처럼 사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스튜어트 박사는 “사막은 덥고 건조하지만 용암 동굴에 들어가면 훨씬 시원하다”며
“용암 동굴은 오아시스 사이를 오가는 고대인에게 피난처로 최적의 장소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초기 인류의 이동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거장을 연결하면 도로를 파악할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전역에서 움 지르산과 같은 용암 동굴이 수천 개가 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있는 아라비아반도는 아프리카에서 유라시아로 이어지는 인류의 이주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곳이었다.
과학자들은 15년 이상 이 지역을 발굴했다. 앞서 지상에서 석조 구조물을 발견해 이곳에 사람들이 살았음을 확인했다.
하지만 덥고 건조한 기후로 유기물들이 분해돼 연대 측정이 어려웠다. 연구진은 지하 동굴로 눈을 돌렸다.
예상대로 그곳에서 연대 측정이 가능한 유물들이 나왔다.
연구진은 2019년 움 지르산 용암 동굴에서 진행한 첫 발굴 작업에서 하이에나가 살았던 흔적을 발견했다.
하이에나의 먹이였던 새와 토끼, 가젤, 낙타 뼈도 나왔다. 연구진은 동굴에서 사람 두개골 조각도 두 개 발견했다.
스튜어트 박사는 하이에나가 사람을 사냥한 것이 아니라 무덤을 뒤졌다고 추정했다. 그렇다면 그전에 사람들이 살았던 흔적이 있어야 한다.
예상대로 연구진은 용암 동굴에서 석기에 쓰인 흑요석 조각과 인간의 유골, 동물 뼈들을 찾아냈다.
동물 뼈는 사람이 잡은 사냥감이나 동굴에서 길렀던 가축으로 추정됐다.
실제로 인근 용암 동굴 입구에서 암벽화가 발견됐는데, 사람들이 개와 함께 소와 양, 염소를 몰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벽화에는 사람들이 영양과 산양을 사냥하는 모습도 그려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