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행성 집어삼킨 흔적 찾았다 수십억년 뒤 지구도 같은 운명
별이 행성 집어삼킨 흔적 찾았다 수십억년 뒤 지구도 같은 운명
평온해 보이는 밤 하늘에서는 매 순간 새로운 별과 행성이 태어나고 죽어간다.
마치 사람처럼 지구를 비롯한 행성도 수명을 다하면 점점 식어가면서 죽는다.
그러나 일부 행성은 예기치 않은 돌연사를 겪기도 한다. 별이 팽창하면서 행성을 잡아먹는 ‘행성 섭취(planetary ingestion)’가 대표적이다.
류범(fan liu) 호주 모나쉬대 교수가 이끄는 국제 공동 연구진은 21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쌍둥이 별의 구성 성분 차이를 분석해 ‘행성 섭취’의 흔적을 찾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호주를 포함해 독일, 헝가리, 아일랜드, 미국 연구진이 함께 참여했다.
행성 섭취는 별이 행성을 집어삼키는 현상이다.
별의 거대한 중력에 이끌린 행성은 별의 영향권 안으로 들어서면서 별과 합쳐지고 결국 사라진다.
거대한 별이 행성을 먹어 삼키는 것처럼 보여서 붙은 이름이다.
천문학자들은 앞으로 수십억년 후 태양의 수명이 다하면서 부풀어 오르면 지구를 삼킬 것으로 보고 있다.
지구도 행성 섭취를 통해 사라질 운명인 만큼 천문학계가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 중 하나다.
연구진은 유럽우주청(ESA)의 우주망원경 ‘가이아’와 유럽 초대형망원경(ELT)·거대마젤란 망원경(GMT)·켁망원경을
이용해 쌍둥이 별(쌍성) 91쌍을 관측한 데이터를 분석했다. 쌍성은 인근 지역에서 함께 태어난 두 개의 별을 말한다.
이번 연구에서는 91쌍의 쌍성을 구성하는 주요 원소 21개의 성분 비율을 분석했다.
그 결과 전체의 8%에 해당하는 7쌍에서 원소 구성 비율의 차이가 나타났다.
쌍성은 일반적으로 같은 화학 성분으로 이뤄지지만, 한쪽 별이 행성을 집어삼키면 다른 별과 구성 성분이 달라진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행성을 집어삼킨 별이 내부에 그 흔적을 그대로 지니고 있다는 의미다.
류 교수는 “쌍성 연구로 행성 섭취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별과 행성 사이의 화학 성분 교환에 대한 지평을 넓힐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번 분석 결과가 행성 섭취를 설명하는 이론과 가장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쌍성을 이용한 행성 섭취 연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탈리아 파도바천문관측소 연구진은 앞서 2021년 33쌍의 쌍성의 구성 성분을 분석해 이 중 35%가 행성 섭취를 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당시 연구는 행성 섭취가 일어나는 비율이 약 5%라고 설명하는 이론에 비해 워낙 높은 수치를 나타내 논란을 빚기도 했다.
류 교수는 “이전 연구에서는 철과 리튬만 분석해 결과가 부정확했다”며 “이번에서는 더 많은 원소를 정밀하게 분석해 정확도를 높였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거주가능행성’을 찾기 위한 우주탐사에도 활용될 전망이다.
생명체가 거주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춘 행성을 찾는 과정은 지구의 태양과 비슷한 별을 먼저 찾고 그 주변 행성을 탐색하는 순서로 이뤄진다.
행성 섭취가 일어났던 별 인근에서는 거주가능행성을 찾기 어려운 만큼 별의 구성을 보고 후보군을 추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류 교수는 “행성 섭취가 별이 죽어가는 마지막 단계에서 일어날 것이라는 기존 통념과 달리 탄생 초기 1억년 사이에 주로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추후 연구를 통해 별의 진화 과정에 따라 어느 시기에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