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뱀붙이에 들어간 별이 빛나는 밤 고흐 이름 헌정
도마뱀붙이에 들어간 별이 빛나는 밤 고흐 이름 헌정
네덜란드 화가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1853~890)는 캔버스에만 그림을 남기지 않았다.
자연에도 그의 흔적이 발견된다. 고흐의 명화(名畫) ‘별이 빛나는 밤’을 연상시키는 도마뱀붙이가 자연에서 처음 발견됐다.
그림처럼 몸에 파란 점들이 있다. 앞서 호주에서도 별이 빛나는 밤과 같은 무늬를 가진 거미가 발견됐다. 자연이라는 캔버스에 남은 고흐의 유산이다.
인도 타커레이 야생동물재단(Thackeray Wildlife Foundation)의 이샨 아가르왈(Ishan Agarwal) 박사 연구진은
지난 28일 국제 학술지 주키스(ZooKeys)에 “인도 남서부 가츠에서 도마뱀붙이 신종(新種)인
‘크네마피스 반고히(Cnemaspis vangoghi)’와 ‘크네마피스 사투라기리언시스(Cnemaspis sathuragiriensis)’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도마뱀붙이는 몸길이 10~12㎝인 파충류이다. 도마뱀과 비슷하나 주로 밤에 활동한다는 점이 다르다.
발바닥에는 지름이 0.2~0.5㎛인 털이 수십억개 나 있다. 이 미세 털과 벽면 사이에 끌어당기는 힘이 작용해 접착제 없이도 벽은 물론 천장에도 거꾸로 붙을 수 있다.
타커레이 야생동물재단 연구진은 2022년 4월 인도 타밀나두의 남서부 가츠 지역에서 이 종들을 처음 발견했다.
크네마피스 반고히 수컷은 머리와 몸통이 노란색이고 등에 하늘색 반점이 있어 반 고흐의 그림을 연상시켰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사투라기리언시스도 처음 발견된 종으로, 발견지인 사투라기리 언덕의 지명을 따서 명명됐다.
두 신종은 인도 타밀나두주의 스리빌리푸투르-메가말라이 호랑이 보호구역에서 해발 250~400m의 낙엽수림에 살고 있다.
이들은 이른 아침과 저녁 서늘한 시간대에 활동하며 주로 바위 위에서 발견된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아가르왈 박사는 “타밀나두주는 생물 다양성이 매우 뛰어난 지역으로, 탐험이 끝날 때까지 50종 이상 도마뱀 신종에 이름을 붙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고흐의 작품을 연상시킨 동물은 이전에도 있었다. 호주 빅토리아 박물관의 조지프 슈버트(Joseph Schubert)
연구원은 2020년 국제 학술지 ‘동물분류(Zootaxa)’에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을 연상시키는 무늬를 가진 거미를 찾았다고 밝혔다.
‘마라투스 콘스텔라투스(Maratus constellatus)’라는 학명의 이 거미는 몸길이가 4㎜에 불과한 공작거미로, 쌀알보다 작다.
사람에게는 전혀 해가 되지 않는다. 호주 남서부 빅토리아주의 리틀 데저트 국립공원에서 발견됐다.
공작거미는 깡충거밋과(科) 아래의 한 속(屬)으로, 몸길이가 4~5㎜에 불과하다. 깡충거미류는 거미줄을 치지 않고 나무와 풀밭에서 뛰어다니며 직접 먹잇감을 사냥한다.
공작거미는 특유의 짝짓기 춤 덕분에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거미’로 알려졌다.
짝짓기할 때 수컷은 암컷의 눈길을 끌기 위해 마치 공작처럼 배를 머리 위로 세워 펼친다.
슈버트 연구원은 당시 공작거미 신종(新種) 7종을 발견했다. 과학자들은 배에 있는 원색의 화려한 무늬들로 종을 구분한다.
이번에 새로 발견된 마라투스 아퀼루스(M. aquilus)는 배에 독수리 얼굴이 보이며, 펠리누스(M. felinus)는 고양이를 닮았다.
그는 “새로 발견한 콘스텔라투스 종은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을 연상시키는 무늬 때문에 가장 좋아하는 공작거미”라고 말했다.